이면계약·위장 실거주… 벌써 꼼수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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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계약·위장 실거주… 벌써 꼼수 나돈다
임대차 법망 피하려 집 2채 번갈아 실거주 등 각종 편법 짜내 공유도
  • 입력 : 2020. 07.31(금) 17:07
  • 김부삼 기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속전속결로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3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임대인들은 악법이라고 하고 임차인들은 좋아한다. 앞으로 집 빼 달라고도 못하고 올려봤자 5% 밖에 못 올리니 오피스텔의 경우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나중에 임대료를 올리겠다는 사람이 여러 명 된다.”(영등포구 A공인중개소)

“집이 두 채인 사람이 2년씩 번갈아 실거주하고 나머지 집에 새로운 전세를 놓으면서 임대료를 왕창 올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법망을 피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임대료를 올리는 방법을 묻는 사람이 많다.”(강북구 B공인중개소)

"임차인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임대인도 앞으로는 한동안 임대료를 못 올릴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4년 마다 세입자를 내보내는 일이 생길 것이다. 너무 강압적인 법은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성북구 C공인중개소)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속전속결로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3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에 들어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는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2년 계약이 끝나면 세입자는 2년을 더 살지 말지 결정해 집주인에게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집주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세입자의 계약 기간 연장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신규 계약 뿐 아니라 기존 계약에도 소급 적용된다.
임대료도 첫 2년 계약 금액의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게 된다. 만약 5억원 짜리 전세 계약을 했다면 2년 뒤에는 최고 2500만원까지만 올릴 수 있는 것이다. 5%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결정하게 돼 상승 제한폭은 지자체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초강력 임대차보호법이 당장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임대차 시장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2년 마다 쫓겨나듯 이사 다닐 필요 없이 사실상 4년 동안의 주거안정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다 임대료 상승폭도 5% 이내로 제한돼 안정적으로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인들은 최소 2년 동안 시세 수준으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돼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영등포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8월 말 만기를 앞두고 지난주에 10% 정도 올리기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구두 약정을 했었는데 어제 임차인이 여러 이유를 들어 천천히 계약을 하자고 다시 알려왔다"며 "그동안 4년 넘게 한 푼 올리지 않았던 착한 임대인이었는데 오히려 그동안 선심을 쓴게 독이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법을 교묘하게 피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이 두 채인 사람이 2년씩 번갈아 실거주하고 나머지 집에 새로운 전세를 놓으면서 임대료를 왕창 올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에는 집주인과 그의 직계존속, 직계비속이 실제 거주할 경우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집주인은 갱신요구를 거절하지 않았을 때 세입자가 거주했어야 하는 기간을 채워 실거주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집주인이 실거주 하지 않으면서 위장전입을 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세입자들에겐 오히려 법이 예상치 못한 불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시세 보다 낮은 임대료로 장기간 전세를 줬던 착한 임대인도 향후 시세 변동에 대한 부담으로 4년 마다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좋은 관계로 4년 넘게 계약을 유지해 왔는데 앞으로 한번 계약을 맺으면 4년 동안 거의 못 올린다는 불안감 때문에 세입자를 4년 마다 내보내야 하는 상황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주인이 시세를 충분히 보전받기 위한 이면계약 등 각종 편법 사례를 공유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기존 세입자에게 일종의 이면 댓가를 제공하면서 퇴거 시키는 등의 방식이다. 또 세입자가 사는 동안 발생한 사소한 문제에 대한 보상 요구 등의 방식으로 강제 퇴거를 유도하는 꼼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서울 등 도심 일부지역은 장기적으로 임대료가 다시 불안해지거나 세입자를 가려 받는 렌트 컨트롤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임차인에게 부담을 전가시키기 위한 이면계약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도 이러한 각종 꼼수와 편법 행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지역에서 시장 교란 행위도 있는데 국지적 교란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민주당의 정책 의지는 확고하며 언제든 더 강력한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