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제공=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민을 위한 '기본대출권' 도입을 제안하자 금융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기본대출권이란 대출 미상환 손실을 국가가 부담해 서민들이 1~2%의 낮은 이자율로 장기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의미한다.
다만 경제 전문가들은 기본대출권 제도가 시장원리에 위배되며, 취지를 고려할 때 오히려 돈이 정말 필요한 서민들에게 일부 소득을 지원해주는 형태가 더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 "재정 부담은 어쩌나…현실성 낮아"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18일 "많은 국민들이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실제 시행되게 되면 서민들의 대출 경색이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정부가 대출 미상환 손실을 다 갚아준다고 하면 차주들이 돈을 갚지 않게 되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부만 갚아준다고 해도 금융기관이 대상이 되는 저신용자들로부터 대출금 회수를 못할 것을 예측해 대출을 내주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취지를 고려할 때 대출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일부 복지지출을 통해 돈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부 소득을 지원해 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무리한 얘기로 보여진다"며 "원하는 국민이라면 최고한도 1000만원 정도의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액수로 봤을 때 크지 않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지 않고, 국가가 부담한다는 조건을 달아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렇게 되면 결국 정부가 주는 것이랑 같은 것인데 차라리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득을 지원해주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다"며 "전반적으로 현실성이 많지는 않아보이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본적으로 대출 시장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시장원리에 위배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면 정부가 들여야 하는 재정적 부담이 너무 막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10조, 20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많게는 수백조까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KDI "저금리 정책서민대출 효과 오래 가지 않아"
여기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저금리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한 사람들이 얼마 못가 다시 고금리 대출 이용을 늘리는 등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상환능력이 없는 차주에게 저금리 상품을 공급하는 정책의 효과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15일 공개된 KDI의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 보고서는 "기존의 정책서민금융 공급의 긍정적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나타났으며 대출자가 이후 다시 고금리 대출을 증가시키는 행태를 방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권 금융회사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설정하는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 새희망홀씨 이용자들은 미이용자에 비해 대출 직후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을 유의미하게 줄였다. 그러나 저축은행 고금리 대출 잔액이 감소하는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나타났다.
햇살론 대출자들은 6개월 이후부터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을 증가시키기 시작해 대출 2년 후에는 미이용자보다 더 많은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새희망홀씨 이용자들도 대출 2년 이후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을 오히려 크게 증가시켰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저금리 정책서민금융상품의 단순 공급만으로는 장기적인 채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신용관리교육으로 이용자의 신용개선을 지원하고, 신용상담을 통해 과다채무자를 채무조정제도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출기관의 사전심사와 사후관리 기능을 높이기 위해 햇살론의 보증비율 수준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