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위치추적 할 수 있다고?”…재택근무 메뉴얼 논란

사회
“GPS 위치추적 할 수 있다고?”…재택근무 메뉴얼 논란

“현행법에 근로자 기본권 침해하는 허점 있어”
“동의받아야 한다지만, 사실상 강요가 될 수도”
“근로자 집단 동의받게 개선하자”대안 목소리
  • 입력 : 2020. 09.18(금) 11:25
  • 김부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 재확산하면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따른 각 기업체와 관공서 등에서 재택근무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경기 수원시청 행정지원과에 재택근무가 실시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간한 재택근무 관련 메뉴얼에 '근로자 동의'가 있으면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복수의 노동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말도 안 되는 일", "전자 감시로 인한 근로자의 권리 침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개별 노동자의 동의만 받고 위치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것은 위법에 해당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며 "향후 대응을 위해 입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위치추적 자체가 위법한 일은 아니지만,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전자감시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가능할 수 있다는 허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오 위원장은 사무실 내 폐쇄회로(CC) TV 설치, 콜센터 근로자들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남기는 이석 보고, 외근직종 근로자의 위치추적 등이 재택근무 위치추적과 같은 맥락이라고 봤다.
현행법상 합법처럼 보이지만 근로자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질 수 있다는 취지다.
사측에서 사실상 위치추적 동의를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실적으로 개별 근로자가 사측의 요구를 동의하지 않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유경 노무사(직장갑질119 운영위원)는 "회사에서 사실상 동의를 강요할 가능성도 보인다"며 "동의를 안 해주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고용부는 현행법에 따라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는 방식을 취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측이 '동의' 형식을 빌어 강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근로자들이 사측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노무사는 "메뉴얼, 지침은 법이 아니지만 현장에선 법처럼 여긴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급휴직 동의서를 받은 사업장과 비슷한 현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측이 '집단적 동의'도 받도록 향후 메뉴얼을 보완하자는 제안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별으로 동의 여부를 묻는다면 거부할 수 있는 근로자는 없다"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반드시 거친 다음 개별적 동의를 얻도록 절차를 바꾸면 문제점을 조금 완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국제노동기구도 사업장 전자감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대표기구에 미리 알리고 협의해야 한다는 등의 원칙을 규정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07년 이미 사업장 전자감시는 근로자의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사업장 내 노사협약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 재택근무 종합 메뉴얼을 발간했다.
메뉴얼 중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대책에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측이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지침은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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