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이상신호 감지’ 北경제, 김정은 타격 가능성

정치
‘코로나發 이상신호 감지’ 北경제, 김정은 타격 가능성

국정원, 북한 환율 급변 등 경제 이상신호 보고
달러당 8000원이었던 환율 6000원대로 급락
환율 급변 시 북한 시장 기능 장애 빠질 우려
경제 정책 실패 드러나면 김정은 입지 약화
  • 입력 : 2020. 11.29(일) 21:37
  • 유한태 기자
▲북한 조선중앙TV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15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소집되었다고 16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북한 경제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북한 체제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코로나19로 북한 경제난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어 대처하는 과정에서 비합리적인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27일 국정원 현안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8월 핵심간부가 신의주 세관을 통해 물자를 반입했다가 적발돼 처형됐다. 지난달 말에는 환율이 급락했다는 이유로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다"며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수해의 삼중고가 김 위원장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또 "올 1~10월 북-중 교역 규모가 5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중국에서 물자 반입이 중단돼 같은 기간 설탕 조미료 등 식료품 가격은 4배 급등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에서 올해 초 1㎏당 6000원대였던 설탕 가격은 10월 2만7800원으로, 1만6500원 선이었던 조미료는 7만5900원으로 뛰는 등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국정원 보고대로 환율 등 북한 거시경제 지표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 18일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조치에도 평균 1달러당 북한돈 8000원대를 유지했던 환율은 최근 한달 새 20%가 폭락하더니 이달 중순경 오름세를 보이다가 다시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NK는 "환율 하락세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는 국경봉쇄 이후 밀수가 끊기면서 외화를 쓸 데가 없어진 상황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며 "외화상점이나 백화점에서 소규모로 개인이 소비하는 외화를 제외하고 큰 규모의 외화 소비는 수입품을 사서 유통시킬 때 발생하는데 밀수 차단 이후 이러한 유통이 원활치 않아 환전 수요가 급감했다는 설명"이라고 북한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도 지난 20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몇 주 동안 달러와 위안화에 대한 원화(북한돈) 가치를 절상시켰다"며 "이는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인 동시에 초(하이퍼)인플레이션을 막으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환율 급변을 예상했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발간 '월간 KIMA' 9월호에 기고한 '코로나19가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과 전망'이라는 글에서 "(북한 외환)시장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 북한 시장 환율은 2~5월 급등락을 반복했다. 5월5일 하루 동안 1달러에 북한돈 8150원으로 시작해 8500원까지 올랐다가 갑자기 7500원으로 하락한 사례도 있다"며 "이에 북한 당국은 외화 확보를 위한 여러 대책을 강구 중이다.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지난 4월20일 인민공채를 발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그 원인으로 "코로나 상황에서 북한의 수출길이 험난해지면서 자연스레 외화수입이 크게 줄었다"며 "올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던 외국인 관광유치 사업이 연초부터 코로나로 난관에 봉착했고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숫자도 감소하면서 외화소득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4일 '충분한 외화버퍼설: 북한 외화수지 추정의 쟁점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2018년 말 기준 외화보유액(평균 27억~30억 달러)은 2021년에는 완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조만간 환율 불안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임 위원은 그러면서 "시장 환율 변동이 발생할 경우 북한의 시장이 기능장애에 빠질 소지가 있다"며 "시장 환율 변동 발생 시 수입물가 변동을 동반하면서 시장 전반이 기능장애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환율 변동과 물가 폭등으로 시장이 기능장애에 빠지면 유통이 붕괴돼 특정 지역과 계층을 중심으로 심각한 인도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정 수준의 아사 등 인도적 위기가 발생하고 그것이 대량 탈북 등 안보적 위기로 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북한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8월 '코로나19 충격과 북한경제'라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 하에서 북한경제는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 위원은 "우선 북·중무역이 다소 회복되더라도 중간재·소비재 수입 규모는 여전히 예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농업, 건설업, 경공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 주민 중 상당수가 사경제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주민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 이후에도 북한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는 데에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 이후 북·중무역이 2018~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주민들의 경제 활동이 보다 활성화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환경에서는 그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앞서 언급했던 무역적자 증가에 따른 외화보유고 감소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북·미 핵협상 진전 등을 통해 제재의 완화 내지 해제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외화 부족으로 인해 머지않아 북한의 중간재·소비재 수입 규모가 다시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난이 지속되면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입지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정세와 정책' 10월호에 기고한 '북한경제의 삼중고(三重苦): 코로나19 사태, 경제제재, 태풍피해'라는 글에서 "분명한 점은 만약 코로나 19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어 북한경제의 피해가 누적된다면 김정은의 지도력은 큰 도전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실장은 또 "이미 국가경제발전 5개 전략의 달성 실패를 인정한 김정은으로서는 일부 책임은 당과 간부들에게 전가할 수 있겠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누적된다면 자신의 권위 하락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한태 기자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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