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피해자·가족에 16억 국가배상(종합)

사회
‘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피해자·가족에 16억 국가배상(종합)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 지목돼 옥살이
재심서 무죄…뒤늦게 잡힌 진범, 징역 15년
국가, 당시 경찰반장, 불기소 검사에 손배소
법원 “원상회복 안되나 금전으로나마 위자”
  • 입력 : 2021. 01.13(수) 21:53
  • 김부삼 기자
지난 2008년 8월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와 가족에게 국가가 총 16억원을 배상하라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이성호)는 13일 피해자 최모(36)씨와 모친, 여동생이 국가와 당시 가혹행위를 했던 경찰 반장 이모씨, 당시 불기소 처분한 검사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소속 경찰과 검사들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로 최씨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간 구속돼 그 기간 동안 일실 수입 상당의 손해 및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의 모친과 여동생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는바, 대한민국 및 담당 형사, 검사는 원고들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경찰들은 부합되지 않는 증거들에 끼워 맞춰 자백을 일치하게 유도해 증거를 만드는 등 사회적 약자로서 무고한 최씨에게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도 전혀 과학적·논리적이지 않은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불기소 결정한 담당 검사로서 권한을 행사해 필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면서 "불기소 처분은 검사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돼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가 국민 기본권 수호를 못 할지언정 위법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진범에 대해 오히려 합리성 없는 위법한 불기소처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 사건 불법행위가 국가기관과 구성원들에 의해 다신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할 막중한 필요가 있다"며 "최씨 등 피해는 원상회복되거나 금전 환산할 수 없으나 대체 방법이 없어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서는 구금기간 최씨의 일실수입 1억800여만원에 더해 체포·가혹행위 경위, 구금 당시 나이, 진범 발견에도 누명을 벗지 못한 경위 등을 종합해 위자료 20억원을 책정했다. 여기에 형사보상금 8억4000여만원을 제외했다.
이에 따라 국가가 최씨에게 총 13억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사실상 최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 셈이다. 또 재판부는 국가가 최씨의 모친에게 2억5000만원을, 최씨의 여동생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경찰 반장 이씨와 불기소 처분 검사 김씨는 국가가 부담하는 금액의 20%를 각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이씨와 김씨는 최씨에게 약 2억6000만원을, 최씨 모친에게 5000만원을, 최씨의 여동생에게 1000만원을 각 지급해야 한다.
판결이 끝난 뒤 최씨를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우리가 주장한 불법행위 대부분을 다 인정한 것 같다"며 "판결에 만족하고, 공무원 개인 책임을 인정했다는 부분도 상당히 의미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는 무슨 말을 했나'는 질문에는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소송에서 국가 측 대리인이 책임을 인정 안 한다고 해 아쉬웠고, 신중하게 불복 여부를 판단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시 검사도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했지만 유감 표시는 했는데 당시 경찰 반장은 유감은커녕 아직도 '최군이 진범이다', '이미 지급한 형사보상금도 환수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진범 검거에 도움을 준 황상민 전 군산서 형사반장은 "이 사건 특징은 한 번도 수사기록이 법원으로 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검찰 내부나 여러 영향이 있었겠지만, 이 사건을 덮어야만 조용히 끝난다는 생각으로 차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15세이던 지난 2000년 8월10일 새벽 2시7분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라고 불리며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최씨는 이 사건 최초 목격자였지만, 당시 수사기관은 최씨가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유씨와 시비가 붙었으며 이 과정에 욕설을 듣자 격분해 오토바이 사물함에 보관 중이던 흉기로 유씨를 수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에 항소한 최씨는 2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받았고, 상고하지 않아 10년을 복역한 뒤 지난 2010년 만기출소했다.
최씨가 재판을 받던 2003년 경찰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듣고, 김모씨를 긴급체포한 뒤 자백을 받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기각했다. 석방된 김씨는 진술을 번복했고, 검찰은 2006년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최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고법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검찰이 항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재심을 심리한 광주고법은 지난 2016년 11월 "살해 동기와 범행 등 내용에 객관적 합리성이 없고, 허위 자백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최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 판단했다. 다만 도로교통법 위반 무면허 혐의에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며 최씨의 재심 무죄 판결은 확정됐고, 최씨는 총 8억60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이와 별개로 최씨는 이 사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한편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2017년 4월 뒤늦게 잡힌 김씨는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1·2심에서 모두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2018년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저작권자 ⓒ 수도권일보 (www.sudokwo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