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귀순 알림창 2번…감시병 그냥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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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귀순 알림창 2번…감시병 그냥 껐다
北남성 10번 포착하고도 6시간만에 검거…배수로는 관리목록에도 없어
  • 입력 : 2021. 02.23(화) 13:33
  • 김부삼 기자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해안 귀순(추정) 관련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16일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군 해안으로 귀순할 당시 그 장면이 수차례 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 남성의 모습을 알리기 위한 경보음과 경고등, 알림창(팝업창)까지 떴지만 영상감시병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가 23일 발표한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남성은 16일 오전 1시5분께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도착한 뒤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
오전 1시5분부터 38분까지 해안 근거리 감시장비 4대가 이 남성을 포착했다. 포착 후 22사단 56여단 상황실에 경보음이 울리고 경보등이 돌아갔다. 당시 상황실에는 간부와 영상감시병, 상황병이 있었다.
경보음과 경보등이 작동하는 동시에 화면에 '이벤트'라 불리는 알림창이 떴다. 알림창이 뜨면 내리기 전까지는 화면에 그대로 떠있다. 영상감시병이 이를 확인하고 간부에게 보고하면 이후 귀순자 확인 절차가 진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구역을 맡고 있던 영상감시병은 알림창을 임의로 껐다. 1차례 끈 뒤 또 한 번 알림창이 떴지만 이 병사는 또다시 확인하지 않고 알림창을 껐다.
당시 이 영상감시병은 광망 감지시스템 기준값을 설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화면 속 작업창 뒤에 알림창이 상당 부분 가려진 채 떴고, 이 때문에 이 영상감시병은 확인 없이 끈 것으로 드러났다. 2번째 알림창을 확인하지 않고 끈 것은 동물 등에 의한 오경보로 여겼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이 2건은 확실히 우리 실책"이라고 인정했다.
영상감시병 뒤에 있던 간부 역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경보음과 경보등이 돌아갔음에도 이 간부는 당시 부대와 임무수행 관련 유선 통화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시 장비의 역량에도 한계가 있었다.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감시카메라가 오전 4시12~14분 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가는 이 남성을 3번 포착했지만 경보음과 경보등, 알림창은 작동하지 않았다. 알림창이 뜨지 않자 위병소 근무자는 귀순자의 움직임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번 귀순 과정에서 이 남성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모두 10번이었지만 앞선 8번에서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마지막 2번만이 귀순자 신병 확보에 기여했다. 이에 따라 최초 포착 뒤 귀순자를 붙잡는 데까지 약 6시간이 걸렸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원래 근거리 감시카메라는 주간에는 400m, 야간에는 200m를 감시범위로 설정한다. 그 설정된 감시 거리 내에서 움직임이 있으면 이벤트가 발생한다"며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설정된 거리 이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결론적으로 현장 점검 결과 해당 부대 상황 간부와 영상감시병이 임무수행 절차를 미준수해 철책 전방에서 이동하는 미상인원을 식별하지 못했다"며 "합참의장 주관 작전 지휘관 회의를 통해 이번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전 제대 지휘관을 포함한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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