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뽑아 과밀학급 해소한다더니”…서울 절반도 못 뽑았다

교육
“기간제 뽑아 과밀학급 해소한다더니”…서울 절반도 못 뽑았다
교육부 배정 334명, 실제 165명 선발 '반토막'
과밀 초등학교 31개 중 19개교만 배정 신청
강남3구 집중…뽑아도 "공간 없어 분반 못해"
"학부모, 오전·오후반은 학원 보낸다고 반대"
본래 취지 못 살려…"고학년 배치 확대 필요"
  • 입력 : 2021. 02.27(토) 09:46
  • 김부삼 기자
▲교육부가 신학기를 한달여 앞두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년별 등교방식을 담은 학사운영지원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학사운영지원방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등교원칙과 밀집도 예외조치의 변화가 예상된다.
교육부가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초등 저학년 과밀학급 해소 대책으로 내놓은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서울시교육청은 배정 받은 인원의 절반도 채 뽑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과밀학급 학교 다수가 분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데다, 학부모들이 오전·오후반 운영을 반대해 기간제 교사를 활용할 여건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교 확대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교육부가 기간제 교사를 기존 1~3학년 뿐만 아니라 4~6학년에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3월 시내 초등학교에 배치될 예정인 정원 외 기간제 교과 교사는 19개교에 165명이다. 각 학교는 늦어도 개학 첫주인 3월5일께 채용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원 외 기간제 교사는 본래 학교에 배정된 정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교육 현장의 필요에 따라 추가로 선발하는 기간제 교사를 말한다.
이는 당초 교육부가 허용한 범위의 절반도 다 못채운 규모다. 교육부는 지난 3일 전체 교원 정원의 1.5% 이내로 기간제 교사 채용을 허용했다. 서울 초등학교는 최대 334명을 충원할 수 있었으나 실제로는 49.4%인 165명밖에 채용하지 못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늦어도 3월3일까지 남은 기간제 교사 정원을 활용하기 위해 과밀학급 초등학교에 2차 수요조사를 할 계획이다. 그러나 신청이 더 늘어날 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기간제 교사 채용이 저조한 이유는 학교의 신청이 적었기 때문이다. 학급당 학생 수 30명이 넘는 과밀학급 초등학교들이 기간제 교사를 쓸 여력이 안된다며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다.
시교육청이 2월16~17 실시한 1차 수요조사 결과 과밀 초등학교 31개교 중 19개교만 신청했다. 이마저도 절반이 넘는 12개교는 한 자릿수만 뽑아 쓰겠다고 신청했다.
과밀학급 학교가 증·개축을 하지 못해 분반을 할 교실이 없거나 교사들이 머물 공간이 없다는 것도 큰 이유다. 증축 또는 개축도 주민 반대가 큰 상황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과밀학급 학교는 대부분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강남3구'거나 목동 학원가가 있는 강서·양천에 집중돼 있다. 기간제 교사 배정을 신청한 19개 학교를 교육지원청별로 살펴보면 강남·서초 9개교, 강서·양천 5개교, 강동·송파 4개교, 남부(구로·금천·영등포) 1개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강남3구는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밀접해 있는데 증·개축을 하려 해도 주민들이 싫어 한다"며 "민원이 들어오니 학교에 공간이 없어도 교육청이 공사를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간제 교사를 선발한 일선 학교에서도 공간 부족으로 분반을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교생 1000여명 규모의 송파구 한 초등학교 교장은 "우리 학교는 1~2학년을 위한 기간제 교사 16명을 뽑았지만 분반을 할 공간이 없어 고민"이라며 "운동장에 모듈러 교실(임시학교 가건물)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심해 봤으나 예산 12억이 소요돼 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오전·오후반으로 시차 등교를 하면 공간과 상관 없이 분반을 할 수 있지만 해당 지역 학부모들은 이 역시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오전·오후반은 학부모 반대가 크다"며 "학부모들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오후에 자녀들이 학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 반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과 교원단체는 차라리 교육부에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활용할 수 있는 학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울산시교육청이 기간제 교사를 초등학교 1~3학년 대신 1·2·5·6학년에 배치해 학급당 평균 학생 수를 27명에서 26명으로 감축한 바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 이미 기간제 교사 활용 가능 학년 확대를 요구했으나 '4~6학년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쓰라'는 답을 받았다"며 "서울은 규모가 커서 자체 예산으로 충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교원단체에서는 당초 목적인 과밀학급 해소는 커녕 시교육청 자체적으로 추진한 '기초학력 협력강사'와 중복이 발생한 꼴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균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은 "서울은 기존 초1~2에 기초학력 협력강사를 이미 투입한 상황이라 기간제 교사가 중복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며 "실제 학교는 등교 확대로 교사 수업시수 부담이 늘었고, 정원 감축 대책으로서 효과를 발휘하는 게 실질적 교육 활동 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는 시·도의 상황이 다 제각각인 상황에서 실질적 자율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며 "학교 형편에 맞게 실질적으로 교육활동 지원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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