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속의 섬 걸산동을 돌아보며

기고
육지속의 섬 걸산동을 돌아보며
여 운 성
동두천시 보산동장
  • 입력 : 2022. 05.15(일) 15:45
  • 수도권일보
[수도권일보] 오지마을로 불리는 동두천시 걸산동은 1950년대 시 소유토지의 42%가 정부에 징발 돼 미군에게 제공되는 과정에서 기형적 구조에 갇혀 미군기지 속에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허가증이 없으면 통행이 불가능했다. 또 손님을 맞으려면 마을 밖으로 마중 나가 에스코트를 해야 했다.

걸산동은 한국전쟁과 미군기지 건립으로 육지속의 섬으로 고립되어 경기도에서도 오지마을로 불린다. 마을을 진입하는 인근에 캠프 케이시와 호비 캠프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일반 사람들은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즈넉한 걸산동은 산수가 수려하고 소요산 정기를 받아 인걸이 태어날 수 있는 인걸지형(人傑地形)이라 하여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11일 걸산동을 찾았다. 미군부대를 통과하지 않고 임도로 걸산동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은 광암동 LNG복합화력발전소 부근에 있으며 마을까지는 약 4㎞정도는 가야했다. 마을은 오래된 주택과 전원주택이 어울러져 있으며 임도 길은 등산과 함께 MTB 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걸산동으로 가는 길은 마치 차마고도 같았다. 평지로부터 산허리를 오르는 좁은 길이 굽이굽이 이어졌다. 길은 차가 다닐 만큼 넓고 중간 중간 콘크리트 포장도 되어있지만 길 왼편으로 험준한 산길 낭떠러지가 있어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주의를 해야 한다. 이 길은 통행용이 아닌 동두천시가 산악자전거와 트레일 대회를 열기 위해 낸 길이다.

마을입구를 지나 ‘걸산마을 행복 학습관’이 있다. 건물은 걸산동 경로당, 걸산동 마을회관과 학습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본 건물은 2019년 시에서 건립했으며 평생교육원에서 사물놀이, 어르신 스마트폰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경로당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통장님께서 마을을 안내해주었다. 어르신들은 마을로 들어오는 임도가 언제 포장 되는지 궁금해 하여 시에서 임도 전체를 포장한다고 설명하고 동네를 살펴보았다. 걸산동을 방문한 그날, 마침 맞춤형버스(91번)가 학습관 앞에 정차돼 있었다. 올 1월 25일 개통한 맞춤형 노선버스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캠프 케이시에 가로 막힌 채 대중교통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지역으로 맞춤형버스 도입을 통해 대중교통 불모지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걸산동 노선은 하루 2회(오전, 오후 각1회) 미2사단 정문을 통해 캠프 케이시 시설을 통과해 걸산동 마을회관까지 운행된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산속에 예쁘게 꾸며진 집이 곳곳에 있어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다음 세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고향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이웃 공동체라는 무엇보다 단단한 관계로 또 하나의 행복을 가꿔나가는 주민들이 있는 곳이 바로 걸산동이다.

필자는 동두천시 보산동 행정복지센터 동장으로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아 국가 안보를 위해 최대 희생을 겪고 있는 동두천 걸산동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뒤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을 즐기며 힐링하기 충분한 ‘육지속의 섬 걸산동’으로 우리 한번 떠나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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