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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9)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연주 활동을 하면서도 꼭 한국 음식을 찾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 식당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보니 어느새 가장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스스로 끓이게 됐다. 이제는 외국 친구들도 끓여달라고 할 정도다. "맵고 시원한 음식을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말하죠. 영락없이 한국 사람이라고 느껴요.(웃음)"
26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어디에서 살든지 항상 집안에선 한국말을 썼다. 영어, 불어, 독어를 모두 익혔고 쓰고 있지만 처음 배운 언어는 한국어였다. 한국 음식을 먹고 학교에도 한식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유럽으로 이주한 에스더 유는 벨기에와 독일, 영국에서 음악적 기반을 다졌다.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8살엔 벨기에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주곡 연주 데뷔를 마쳤다. 16세 나이로 2010년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3위로 최연소 입상해 주목 받았고, 2년 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역대 최연소 입상했다. 2014년엔 BBC 라디오3에 의해 '신세대 아티스트'에 선정됐고, 세계적 명성의 페스티벌 및 오케스트라 무대에 서왔다.
이날 발매한 '바버, 브루흐'는 6년 만의 앨범이다.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낸 세 번째 음반이다. 막스 브루흐와 사무엘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담겼다. "특별한 불꽃이 일어나는 곡"이라고 표현한 에스더 유는 독일 낭만주의의 보수적인 전통을 고수해낸 브루흐와 모더니즘에 휩쓸리지 않는 바버의 미국적인 선율을 또렷한 목소리로 그려낸다.
그는 "제게 너무나 소중하고 가까운 곡들"이라며 "브루흐의 곡은 어릴 때부터 사랑했던 협주곡이어서 꼭 녹음하고 싶었다. 제가 성장하며 많은 단계를 함께 경험한 곡이다. 바버의 협주곡은 최근에 알게 됐는데 처음부터 친숙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두 음악가가 각 곡을 작곡한 때가 지금의 에스더 유와 비슷한 나이였다는 점도 끌렸다. "브루흐가 28살, 바버가 29살에 작곡한 곡이에요. 지금의 제 나이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죠. 두 곡이 다른 면이 있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부분도 있어요."
영국에서 녹음된 이번 앨범은 에스더 유가 2018년부터 상주음악가를 지낸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PO)와 2021년부터 이 악단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가 함께했다. 페트렌코는 두 협주곡에 대해 "20세기 낭만주의 시대가 낳은 걸작"이라고 밝혔다.
"페트렌코는 오랫동안 존경해온 마에스트로죠. 이 음반을 작업하며 처음 만났는데, 음악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에너지와 유머가 넘쳐요. 창문도 없는 스튜디오에서 밖에 오랫동안 나가지도 못하고 녹음해 다들 힘들어한 면도 있었는데, 페트렌코가 분위기를 많이 띄워서 즐겁게 녹음할 수 있었어요."
에스더 유는 오는 29일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그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한국 무대에 본격 선 건 18살 때다. 뉴욕 필하모닉 등을 이끈 거장 지휘자 고(故) 로린 마젤이 에스더 유를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한국·중국 콘서트 협연자로 낙점하면서다.
"15~16살 무렵 런던에서 리사이틀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이후 연주 기회가 계속 생겼고 마젤과의 첫 만남도 있었죠. 마젤이 제 연주를 듣고 저와 같이 투어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게 제 인생의 첫 투어였고 서울에서 처음으로 큰 무대를 경험한 기회였죠. 지금까지 한국에선 협주곡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 리사이틀도 열고 싶어요."
해외에서도 활동을 바쁘게 이어간다. 다음달 태국 방콕을 비롯해 독일, 콜롬비아 등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페트렌코와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투어를 진행한다. 가을엔 호주 멜버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데뷔 무대를 갖고 뉴질랜드에서도 첫 무대에 오른다.
"너무나 사랑하는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며 감정이 더 깊어지는데, 이를 음악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꾸준히 다양한 음악에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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