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2.08.

[김부삼 기자] '대장동 사업'에 조력하는 대가로 아들을 통해 50억원(실수령액 25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곽 전 의원의 '50억원 뇌물' 혐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과 함께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곽 전 의원 본인도 탈당·사퇴로 이어지는 정치적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이날 1심 법원은 세간의 논란과 달리 50억원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곽 전 의원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고 5000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대장동 의혹이 최초 제기된 지 1년5개월, 곽 전 의원이 구속 기소된 지 1년 만이다.
곽 전 의원의 '50억원 뇌물'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제기된 직후 불거졌다.
한 언론은 2021년 9월26일 곽 전 의원 아들 곽병채씨가 2015년 6월에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입사해 2021년 3월 퇴사하면서 퇴직금으로 약 50억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화천대유 측은 "내부절차를 거쳐서 합법적으로 지급했다"는 입장을 밝혔고, 병채씨도 곽 전 의원의 SNS를 통해 "아버지가 화천대유 배후에 있고 그로 인한 대가를 받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파장이 거세지면서 곽 전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지 13시간 만에 국민의힘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그의 탈당 이후에도 50억원이 일반적인 퇴직금 액수인지, 또 곽 전 의원에게 향하는 뇌물인지 등을 두고 논란이 확대됐다.
시민단체들은 곽 전 의원과 병채씨를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2021년 10월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 사이 곽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소속 정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까지 사퇴 요구를 받았다. '대장동 게이트'로 민주당을 압박해 대선 국면을 주도하려던 국민의힘이 이 논란으로 전세가 뒤집힐 위기에 처했던 탓이다.
당시 민주당은 병채씨, 장제원 의원의 아들을 거론하며 '아빠 찬스' 프레임으로 전면 공세를 폈다.
결국 곽 전 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같은 해 11월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안이 가결됐다.
검찰은 4개월여에 걸친 수사 끝에 지난해 2월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를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에 조력해주는 대가로 김씨 등으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던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로는 곽 전 의원이 김씨의 청탁을 받고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되지 않게 도왔다는 것이 주된 혐의다.
결국 화천대유에서 병채씨의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50억원이 실질적으로는 곽 전 의원에게 갈 뇌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곽 전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아들이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는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나은행에 가 본 적도 없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병채씨도 "아버지와 대화가 거의 없었다"고 하는 등 비슷한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날 1심 재판부는 "곽병채의 연령, 의료기관에서 확인된 건강상태, 담당 업무 등에 비춰 보면 (퇴직금 50억원은)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금액이 과다하다고 하더라도 알선의 대가로 주어진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을 위해 벌였다고 알려진 일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에 관여해왔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곽 전 의원이 김씨의 요청을 받아 하나금융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대장동 일당이 곽 전 의원에게 주기로 한 50억원이 컨소시엄 무산 위기 해결 명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뇌물 혐의와 관련해서는 당시 곽 전 의원의 직무와 관련성이 인정될 여지는 있다고 봤다. "국민의힘 부동산투기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서 한 민간사업자들의 부당이익 의혹 제기 등의 활동은 국회의원으로서 행하는 의정활동 등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50억원을 곽 전 의원이 수수한 것으로도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혐의가 성립하려면 50억원과 곽 전 의원 사이의 '다리' 격인 병채씨가 중요한데,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성과급은 온전히 병채씨의 몫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곽병채는 성인으로 결혼을 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해 왔고, 곽 전 의원이 해당 50억원 중 일부라도 지급 받았거나 사용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