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김부삼 기자] "경쟁률은 엄청 높을 것 같은데 정년이랑 연봉은 확실히 보장되죠. 대기업 생산직이면 신의 직장이고, 괜찮은 일부 중견기업 생산직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는데….."
국내 대기업 생산직(기술직) 채용에 대한 구직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생산직 700명을 뽑는다고 발표한 데 이어 기아도 올해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을 밝혔다.
대기업 생산직 채용에 구직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연봉이 높은데다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과급과 각종 수당, 자녀 학자금 등 복리후생이 잘 갖춰져 취업준비생은 물론 직장인과 공무원들의 관심까지 뜨겁다.
두 완성차 업체의 채용 공고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생산직 채용 관련 정보와 과거 합격 수기가 공유되고 있다. 서점가에는 현대차·기아 생산직 필기시험 교재가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 400명, 하반기에 300명 등 총 700명의 생산직을 채용한다. 현대차가 신규 생산직 채용에 나선 것은 100명을 채용한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올해 신규 채용에서는 나이와 전공, 학력 제한을 두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조립·생산을 위한 인력이 아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재 풀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 높은 연봉·정년 보장되니 '신의 직장'
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으로 9600만원으로 전체 근로자 평균(4042만원)의 2.4배다. 만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정년 후에는 계약직으로 1년 더 근무할 수 있다. 근속연수에 따라 현대차 자동차를 최대 30% 할인된 가격으로 2년마다 살 수 있고, 퇴직 후에도 25%의 할인 혜택도 가능하다.
10년 만에 대규모 생산직을 뽑는 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하반기 생산직 신규 채용 계획을 밝혔다. 채용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138명을 채용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생산직 평균연봉과 복리후생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으로 1억100만원으로 국내 대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만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차량 구매 시 할인 혜택 등 다양한 복지가 제공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기아 생산직 채용에는 4만9432명이 몰려 경쟁률 360대 1를 기록했다.
기아는 그동안 생산직 채용 대신 협력사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며 필요한 인력을 운용해왔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자 기아 노조는 신규 인력 채용을 요구해왔고, 지난 8일 노사 협의에서 올 하반기 신규 채용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기아 노사는 사내 협력사 특별채용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사내하도급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결정한 데 대한 후속 조치로 올해 1분기 안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 4조 2교대 추세, 자유로운 노조 활동
워라벨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과 맞물려 근무방식이 4조 2교대로 전환되는 추세 또한 생산직 채용에 관심을 끄는 이유다. 4조 2교대는 근무조를 4개로 나눠 2개조는 주간과 야간에 각각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조는 쉬는 형태다. 근로자 입장에서 하루 근무 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4시간 늘어나지만 휴일도 그만큼 늘어나 개인 여가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근무제도는 최근 대기업 생산직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노사협약을 통해 올해부터 4조 2교대 전환을 도입하기로 했다. LG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부터 전 사업장 생산직을 4조 2교대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4조2교대로 근무방식을 전환하는 시범운영을 앞두고 있다.
노조 활동도 대기업 생산직에 관심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다. 과거 고용세습, 파업 등 노조를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하지만 임금이나 근무제 등 사측과 협상에서 노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플랜트 분야 대기업 생산직에 종사하는 A(38) 씨는 "노조 때문에 연봉이 오르고 정년이 보장되는 건 사실"이라며 "이런 특성 때문에 사측도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노조는 '강성 노조', '연봉 1억 노조'와 같은 오명을 탈피하기 위한 행보를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11일 생산직 신규 채용 관련해 각종 뜬소문이 난무하자 채용 청탁 등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현대차 노조 간부 8명은 지난 2005년 취업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