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왼쪽), 방시혁 하이브 의장.(사진 = SM, 하이브 제공)

[김부삼 기자]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공식화했지만 에스엠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이수만 에스엠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 약 15%를 매수해도 카카오의 반격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분 확보를 위한 하이브와 카카오 간 '쩐의 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진단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 주가는 전날 16.45% 급등하며 11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카카오는 4.65% 하락했다. 하이브는 장중 10% 이상 뛰었다가 급락세를 보이더니 1.51% 하락 마감했다. 신·구 에스엠 경영진들의 전쟁에 하이브와 카카오까지 뛰어들며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세 회사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현재까지는 에스엠 지분을 약 40%까지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 하이브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하이브는 9일 이수만 최대주주의 보유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에 인수하고 같은 가격에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25%까지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다음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는 지난 7일 에스엠의 현 경영진과 손잡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 경영진(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이 카카오와 손잡고 최대주주 이수만 전 총괄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에스엠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신주 123만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를 통해 향후 114만주를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이 경우 주가 희석으로 인해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은 18.46%에서 16.78%로 낮아진다.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을 의결한 에스엠 이사회에 대해 이수만 전 총괄은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카카오의 2대주주 등극에도 제동이 걸릴 예정이다.
신·구 에스엠 경영진들의 분쟁이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결로까지 확산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 대상 가처분 신청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 9.05%를 취득할 예정이며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우호지분을 모두 합해 29%의 의결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는 하이브의 약 43% 의결권에는 한참 못미친다.
이 연구원은 "카카오 입장에서는 시너지를 위해 하이브보다 많은 지분을 취득하는 게 유리하다"며 "이에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은 가격에 에스엠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엔 카카오가 다른 매물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