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김부삼 기자] 금융감독원이 빅테크에 대한 감독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영국 금융감독청에 파견을 갔다온 것으로 확인됐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사례와 글로벌 규제 동향을 파악한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 빅테크 감독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글로벌 규제에 맞는 감독체계 수립"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빅테크 감독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직원 1명을 영국 금융감독청(FCA)에 단기간 파견을 보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국의 감독당국이 빅테크 규제를 폭넓게 연구 중"이라며 "금감원도 해당 이슈를 파악하기 위해 영국 금융감독청에 파견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영국 감독청 직원들과 대면 면담을 실시해 깊이 있는 빅테크 감독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논의로 얻게 된 규제 동향과 인적 네트워크는 향후 마련될 금감원의 빅테크 감독체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영국 감독당국은 앞으로 빅테크들이 지급결제 관련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외에도 P2P 전송, 외환거래 등 지급결제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빅테크가 은행의 협력관계를 통해 예금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빅테크가 개인에게 직접 예금 계좌를 제공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다만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우려도 나타냈다. 단기적으로는 기술 발전으로 낮은 가격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데이터(개인·금융정보) 독점에 따라 가격 결정권을 가지면서 불공정거래를 일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IT업과 금융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테크 특성상 비금융업자의 리스크가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실제 국내에서는 카카오 서비스 중단으로 카카오페이 등 일부 연계 금융서비스가 차질을 빚으면서, 전자금융업자의 취약점이 대두된 바 있다.

◆금융업 금지, 비금융-금융 정보교류 차단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9일 각국의 중앙은행과 감독당국 관계자들과 만나 빅테크 규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금감원도 BIS 논의 내용을 감독체계 수립하는 데 참고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BIS가 점차 빅테크의 지급결제, 송금 시스템 등을 규제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금감원도 BIS 규제 방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감독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BIS는 독점으로 귀결되는 IT 특성상 금융시장도 빅테크에 종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갈수록 빅테크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하고, 결국에는 전자금융사고 등으로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BIS는 다양한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거론되는 규제 중 하나는 금융업에 대한 빅테크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은산분리와 같은 개념으로, 금융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방안은 빅테크의 비금융업과 금융업 사이에 '링 펜싱(Ring-fencing)'을 두는 것이다. 통상 '링-펜싱'은 소매금융업무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은행과 소매 은행 간 리스크 이전을 막는 규제를 뜻한다. BIS는 비금융업-금융업간 데이터 공유를 금지하는 '링-펜싱'을 도입하면, 빅테크 조직 구조가 투명해지고 금융감독 효율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런 규제로 비금융-금융간 융합에 따른 혁신사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BIS는 규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각국의 감독당국과 정책 토론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도 빅테크 감독 방향과 관련해 빅테크 업계·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만간 간담회를 열고 BIS 논의 내용을 소개하고 여러 규제 방법론에 관해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