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삼 기자] 대법원이 압수수색 실무 변화를 위한 입법 예고안을 공개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도 대면 심리를 도입하고, 영장에 검색어를 기재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과 법조계는 예상되는 실무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1년(전교조), 2015년(종근당) 등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관한 주요 판례·결정례 이후 압수수색 실무를 개선할 방안을 논의해왔다. 언급된 사건들을 통해 압수수색 실무에서 선별압수, 예외적 반출, 압수목록 교부 등이 정립됐다.
대법원은 사법행정자문회의(대법원장 자문기구) 산하 재판제도분과위원회에 논의를 맡겼다. 분과위는 2021년 10월 열린 16차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연구 결과를 보고했고,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들은 이를 논의했다.
당시는 압수수색 당사자에게 영장 사본을 교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지난해 1월 시행)이 논의되던 때였다. 법원은 이와 함께 ▲대면심리 도입 ▲압수 대상이 전자정보인 경우 영장에 검색어 기재 등을 논의했다.
법원의 논의는 복잡해지는 압수수색 영장을 충실하게 심리하기 위해 영장 신청자나 제보자 등을 불러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나 변호인의 반대 의견도 듣겠다고 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대면 심리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검찰의 입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도입 근거 부족 ▲대법원 논리 부족 ▲부작용 우려 등이다.
검찰은 제보자를 불러 대면심리를 하겠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고 있다. 제보자의 신원이 누설될 수 있기 때문에, 제보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이러면 누가 제보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은밀히 진행되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불러 심문한다면, 사실상 증거인멸과 도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결국 언론의 주목을 받는 주요 사건이 당사자 심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근거에 대한 비판도 있다. 미국에서 대면심리와 유사한 '청문회에 가까운 심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논란이다. 우선 청문회에 가까운 심리라는 표현은 백승주 부장검사가 2013년에 작성한 논문에 등장한다.
백 부장검사의 논문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청문회에 가까운 수준의 심리는 '비공식' 협의다. 현재 논란이 되는 피의자나 변호인이 참여하는 방식이 아닌 법관이 수사기관 등을 불러 영장의 소명 정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은 서면심리 중심인 우리나라와는 영장 실무가 전혀 다르다고 한다. 미국은 영장심사 서류가 3~4쪽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복잡한 사건의 경우 방대한 서류가 제출된다.
또 미국과 같은 영미법 국가가 아닌 대륙법(독일 등 유럽의 대륙국가) 계통에는 압수수색 영장 심리 단계에서 대면심리하는 제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형사법은 대륙법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결국 법원이 대면심리를 적극 사용할 경우 피의자가 이에 대비하기 위해 법원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소극 활용할 경우 형평성 논란과 수사 기밀 유출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우려다.
검찰은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에 검색어를 미리 기재해야 한다는 것도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종 마약의 은어를 모두 검색어로 기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성착취물, 조직범죄 등에서도 은어가 활발히 사용된다고 한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에 기재된 단어만 검색해야 하면, 범죄조직들이 고도화된 은어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 일부는 부족한 수사력을 은어와의 싸움에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법원이 인권보호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통제하겠다는 목적을 비판할 수는 없지만, 범죄 수사의 실무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검찰과 법무부도 적극 입장을 개진할 예정이기 때문에, 법원도 이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