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 (사진 = WT 제공)

[김부삼 기자] 러시아 태권도 선수들이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세계태권도연맹(WT)이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WT 관계자에 따르면 조정원 WT 총재는 16일 서울 중구 연맹 사무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을 이르면 4월부터 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IOC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설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해 각 종목 국제연맹에 권고했다.
대부분의 국제경기연맹과 마찬가지로 WT도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의 연맹 주관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하지만 IOC는 지난달 말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이 2024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열어줬다.
IOC는 모든 선수가 올림픽 헌장에 따라 차별없이 대우받을 권리가 있고, 국적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가 중립국 국기를 들고 출전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IOC의 평화 임무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세계반도핑기구(WADA) 규약을 준수하는 선수들에게만 출전 자격을 주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IOC가 파리올림픽과 관련한 방침을 세운 후 WT는 지난 1일 태국 방콕에서 임시 집행위원회를 열고 모든 선수의 권리를 차별 없이 존중하겠다는 IOC 입장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또 "파리올림픽 선발전을 포함한 WT 대회에 엄격한 조건 하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중립국 선수 신분으로 참가할 수 있는 통로는 만드는데 IOC와 지속적으로 논의,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 총재는 이런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WT는 IOC가 3월말 집행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 4월부터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이 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총재는 올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이 참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달 30일 OCA는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45개 회원국에 오는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 500명을 초청하겠다는 공문을 회원국에 보냈다.
OCA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에게 성적에 따른 메달을 주지 않고 참가 기념 메달과 기념 증서만 주고, 파리올림픽 출전권 경쟁을 하는 선수들에게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회원국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려 논란을 빚었다. 대한체육회도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WT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제경기연맹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회원국들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WT 주관 대회 출전으로 랭킹 포인트를 쌓을 수 있으면 러시아, 벨라루스가 아시안게임 출전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