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02.17.

[김부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의 독과점 구조를 재차 지적하며, 은행업에 대한 신규 플레이어 진입과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이 그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약탈적 영업을 벌여온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우월적 지위 이용해 약탈적 영업행위"
이 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은행의 독과점 구조에 따른 약탈적 영업행위가 만연한 만큼, 공공성을 회복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 민간 기업으로서 고유한 이익 추구에 대한 속성이 있다는 점에 이의가 없고 이자율 결정 등 시장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존중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은행이 지점 수와 고용 창출을 줄여가며 비용 절감을 하고 가격이 대동소이한 상품을 내놓는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 상승기에 따라 소비자들이 금리 부담을 겪고 있는데 정작 은행은 수십조 이익을 내고 있어 여러 의문을 품게 한다"며 "지금의 은행 기능이 정말 바람직한지, 약탈적인 비용 절감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문제의식이 계속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공공성을 강조한 취지는 결국 금리 경쟁, 상품의 다양화, 소비자 후생 증진이 부족하다는 점을 반성하고, 약탈적 영업에 대해 은행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의 독과점 환경을 실효성 있는 경쟁이 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보자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은행들이 잇달아 사회공헌 금액을 늘리는 행보에 대해선 "사회공헌 기부금을 더 내야 한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3년 후 금 송아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마실 수 있는 물 한 모금을 달라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은행 경쟁 기능의 실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지금 은행은 문제의 본질에 어긋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사회공헌 노력이 고맙지만, 소비자들이 왜 은행의 사회공헌을 신뢰하지 못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독과점 타파해야…인뱅·지방은행과 경쟁 고민"
이 원장은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완전 경쟁 체재를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빅테크 등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뿐만 아니라,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은행 간에 더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여지가 없는지 논의해볼 것"이라며 "가령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외국계 은행 등과 왜 그간 실효성 있는 경쟁이 일어나지 못했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은행의 과점적 상황을 유지하는 개별 기능적 장치들을 완화하면서 건전성 등 은행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해볼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금융시장에 진입시키는 방안까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은행의 성과급 체계 개선 방안과 관련해선 "PF 부동산 관련 성과보수제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성과가 정말 과연 개인 내지는 조직의 공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중장기적으로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데도 나눠 먹기로 끝내려는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 증권 등 다른 업권의 성과 보수 체계에 대해서도 적절히 논의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