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울산Comple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김부삼 기자]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현장에 '4조2교대' 도입 바람이 불고 있다. 4조2교대제는 근무조를 4개로 나눠 2개 조는 주·야간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휴무하는 방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공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산업 현장은 하루 3개 조가 8시간씩 일하는, '4조3교대' 근무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12시간으로 늘어나더라도, 한번 쉴 때 몰아서 쉴 수 있다는 점이 4조2교대 근무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4조2교대는 일하지 않고 쉬는 날이 기존 4조3교대 대비 연간 80일 정도 많아진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4조2교대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국내에서 4조2교대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유한킴벌리(1999년)과 포스코(2011년) 등에 그친다. 사측 입장에선 4조2교대제를 운영하려면 고용을 더 늘려야 하기 때문에 도입이 쉽지 않다. 직원들도 잔업이나 특근수당이 없어져 4조2교대가 임금에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20·30 직원들의 높은 지지로 4조2교대로 근무 방식을 바꾸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가장 도입이 활발한 업종은 정유 및 석유화학 분야다.
정유업계에선 에쓰오일(S-OIL)이 2021년 업계 최초로 4조2교대를 시행했다. 이후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시범 운영을 거쳐 4조2교대를 시행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도 최근 애경케미칼이 울산공장 생산직 근무 형태를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바꿨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는 임금협상에서 근무체계 전환을 결정하기도 했다. LG화학도 올해 안에 4조2교대를 시범 적용할 예정이며, 롯데케미칼도 4조2교대 운영을 검토 중이다.
용광로를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하는 철강 업종도 4조2교대를 선호하는 직원들이 많은 상황이다.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은 지난해 노사협약을 통해 올해부터 4조2교대 전환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업현장은 아직 4조2교대 보다 4조3교대 근무가 절대적으로 많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전자 업종의 경우 4조3교대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4조2교대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전자업종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단 지난 2021년부터 SK실트론이나 SK머티리얼즈 등이 생산직 직원 근무 체계를 4조2교대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말부터 전 사업장 생산직을 4조2교대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 앞으로 4조2교대를 채택하려는 기업들은 더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4조2교대 근무는 근무 강도가 높은 업종에선 시행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근무방식 변경은 지역 상인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직원들의 휴일이 많아지면 산업 현장 인근 음식점 등의 영업이 아무래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포스코가 4조3교대 근무에서 4조2교대로 바꿨을 때 인근 지역 상인들이 크게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