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3.03.03.

[김부삼 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 해소를 위해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 검토를 공식화함에 따라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통장을 보험·카드 업권에서도 들고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행의 핵심 업무인 입출금 계좌를 보험·카드사에도 허용하면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지점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의 1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 방안으로 보험·카드사에 대한 종지업 허용을 논의했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통해 간편결제·송금 외에도 은행 수준의 보편적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제도화하고 이를 보험·카드사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강형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브리핑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안전성, 소비자 보호 등의 관점에서 테이블에 다 올려놓고 논의해보는 것"이라며 "(종지업 도입이) 다른 업권으로 확대될 수도 있고 아니면 기존처럼 어렵다는 것으로 논의가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종지업이란 하나의 라이선스를 통해 대금결제업, 자금이체업, 결제대행업 등 모든 전자금융업 업무를 영위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현재 비은행권은 독자적인 계좌 발급이 불가능하지만 종지업이 도입되면 비은행계좌를 통해서도 결제, 이체 등의 업무가 가능해진다.
보험사의 경우 증권사와 같이 겸영업무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법인·개인고객에 대한 수시입출금 계좌 발급을 터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이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보험·카드사에 은행 고유 업무인 지급결제 진입 허용을 은행업 경쟁촉진 방안의 핵심으로 검토 중인 것은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은행업 추가인가나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등을 통해 신규 플레이어를 시장에 진입시키는 방안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종지업이 도입되면 보험·카드사들은 자체 계좌를 고객들에게 개설해 간편결제와 송금에서부터 급여 이체, 카드대금 및 보험료 납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예금 및 지급결제 부분에서 은행의 유효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은행산업의 과점 이슈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기대 효과가 있다. 은행 계좌가 없어도 종지업 사업자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할 수 있고 은행에 지불하는 지급결제 수수료가 절약됨에 따라 보험료 인하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보험·카드사 입장에서도 보험료나 카드대금, 간편결제 등에 있어 은행 계좌를 중간 통로로 거쳐야 했던 복잡한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카드사로서는 지급결제가 가능해질 경우 소득공제 한도를 감안한 신용·선불·직불 복합 결제 비율 맞춤형 서비스 같은 신유형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지며 보험사도 위험에 대한 보장성 상품 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용 연금 및 변액보험 등 고객 수요에 맞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금융사 건전성이나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은행예금과 달리 예금보험제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자금이체업무 허용으로 은행에 비해 관련 규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카드 업권의 금융산업 내 비중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결제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급결제 참여 비용이 크게 발생할 경우 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강 과장은 "해당 업권의 전체 금융사에게 해주는 게 아니라 높은 수준의 건전성·유동성과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가진 회사에 대해서만 해주는 게 맞지 않겠냐"며 "경쟁 촉진에 따른 것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면 판단해서 빠질 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반발도 예상된다. 종지업 도입은 지난 2020년 7월 금융당국의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일환으로 핀테크 기업에 대한 도입이 한 차례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은행권을 중심으로 '빅테크 특혜'라는 반발이 터져나오면서 종지업 도입을 위해 국회에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실제 종합지급결제업은 은행업과 크게 겹친다. 고객에게 비은행계좌를 부여해 결제·이체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예금·대출 업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은행과 다름없다. 다만 고객은 종합지급결제업 계좌에 돈을 넣어둔다고 하더라도 결제·이체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예금통장처럼 이자를 수취할 수는 없다.
종지업이 도입되면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이 만든 금융결제원 금융결제망을 이용하게 되는데 은행권이 망 이용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보험·카드사에 대한 종지업 도입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과거 금융당국이 핀테크에 대한 종지업 도입을 추진했을 때 금융위의 사업 허가만으로도 한국은행이 만든 금융결제망을 이용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지급결제시스템 운영·관리는 대부분 국가에서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인데 금융위 감독대상이 된다는 데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한국은행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놓고 신중한 모습이다.
강 과장은 "한국은행의 기본적인 생각은 지급결제의 리스크에 대한 관리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저희가 한국은행의 생각을 판단한다는 것은 맞지 않고 계속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