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인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인천고등법원 설치’를 주제로 한 연속 토론회를 국회에서 열었다. 인천이 인구 300만 대도시로 성장했음에도 고등법원이 없어 항소심 재판을 위해 서울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 주요 논거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인천에 독립된 고등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지만, 이는 다각적이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과연 인천고등법원의 설치가 시민들에게 가장 큰 편익을 주는 선택일까?

고등법원의 추가 설치는 법적·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해당 지역의 사법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정말로 시민들의 사법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인천은 이미 교통 인프라가 발달해 있어 서울과의 이동이 비교적 편리한 지역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인천과 서울 간의 이동 불편이 시민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질적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인천과 비슷한 인구 규모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도 고등법원 설치 요구는 지리적 조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법원이란 단순히 인구 수에 따라 지역마다 설치할 수 있는 성격의 기관이 아니라, 국가의 예산과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필요성이 있는 사법 기관이다. 현재 각 고등법원이 맡고 있는 사건의 처리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인구수에 맞춘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효율성과 적절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고등법원을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설치하는 방안이 최선일까? 현대 사회는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법정 출석이 반드시 필요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법률 상담과 일부 심리 과정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디지털 법정과 화상 회의 시스템, 원격 법률 상담 등은 시민들이 굳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도 중요한 사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유럽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고등법원과 같은 상급 법원을 중심으로 디지털 사법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여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인천도 이러한 현대적 사법 접근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미래 지향적일 수 있다.

인천고등법원 설치는 법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이를 ‘인천 시민들의 숙원’으로 보는 시각은 다소 과장될 수 있다. 실제로 시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법 접근성보다는 생활 밀착형인 교통, 대형 종합병원 유치 등이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인천은 오랫동안 교통, 주거, 환경 문제와 같은 일상적 문제들로 고통을 겪어 왔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과 도로가 혼잡하고, 신도시와 구도심 간의 불균형, 그리고 일자리와 교육 인프라 문제는 인천 시민들이 매일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법원 설치보다 훨씬 실질적이며 시급한 과제일 수 있다. 제한된 국가 예산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더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고등법원 설치 요구가 과도한 지역주의로 비춰질 위험성도 존재한다. 사법 기관은 국가 전반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설치되어야 하며, 법원 설치가 특정 지역에 편중될 경우 타 지역의 예산 및 인프라 균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지역별 고등법원이 그 지역 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특정 도시들이 각각 고등법원을 요구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예산 낭비와 지역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인천이 ‘초일류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등법원 설치와 같은 상징적 요구보다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천은 수도권의 대도시로서 성장 잠재력이 크고, 그에 따라 해결해야 할 많은 사회적, 경제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인천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사법 접근성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교통·산업·교육·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도시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정치권이 이러한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어 인천의 특성을 살린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인천고등법원 설치는 인천 시민들의 사법 편의를 위한 중요한 이슈일 수는 있지만, 이것이 과연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우선 과제인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인천이 진정한 의미에서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이라는 상징적 의미보다 실질적인 현안 해결이 더욱 중요하다. 인천고등법원 설치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관점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가 자원의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