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센터장 “비대면 예술치료 프로그램 개발” [인터뷰] 명지병원 예술치유 센터장…예술로 코로나블루 심리지원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2021년 01월 14일(목) 14:07

▲이소영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왼쪽)이 '코로나19 박멸 특별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명지병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27일. 명지병원 코로나19 음압격리병동에는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퍼졌다.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린덴바움 음악감독이 코로나19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베드사이드 콘서트'를 연 것이다.
음압격리병동에 있던 3명의 일가족은 화상 전화와 노트북을 통해 원 감독의 음악을 감상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름조차 생소한 '베드사이드 콘서트'는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이소영 센터장이 기획했다.
명지병원은 국내 대학병원 중 예술치료를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2011년 개소된 예술치유센터는 지난해에만 해도 코로나19 환자와 의료진, 병원 직원 등을 위해 최초로 무관중 스트리밍 공연을 열고, 확진 간호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를 부르는 직원들의 합창 영상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10년 간 예술치유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소영 센터장은 14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임상적으로 체계화된 예술치료는 물론 넓은 의미의 치유서비스 까지 제공하겠다는 생각으로 '예술치유센터'라고 명명했다"며 "현재 예술치료 프로그램으로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연극치료, 동작치료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이 사람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예술치료'라는 개념은 아직 일반인들은 물론 의학계에서도 생소하다.
예술치유센터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소아정신과 등 다양한 진료부서와 협업하고 있다. 또 암 환자와 병원 의료진 및 직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예술치유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소영 센터장은 "정신과에서는 폐쇄병동 급성기 입원 환자나 낮병동의 만성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예술치료를 하고 있다"며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트라우마 환자 등 외래 환자들도 전문의가 예술치료를 처방하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이 외에도 신경과에서는 치매 환자나 뇌졸중 환자 등이 예술치료를 받고 있다. 소아재활병동의 경우에도 환아들을 대상으로 한 언어, 인지, 물리, 운동 치료와 함께 예술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예술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우울하고 불안감이 높을 수 밖에 없는 환자들의 정서와 심리상태를 안정시켜준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예술치료를 받게 되면 긍정적인 정서와 멘탈 관리에 큰 지지를 받는다. 병원은 아픈 분들이 오는 곳이라 기본적으로 우울하고, 불안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분들이 많다"며 "우울감은 신체의 스트레스를 강화시켜 면역력도 떨어지고, 치료 효과도 떨어진다. 예술치료를 통해 이를 긍정적으로 바꿔내고 상호소통 능력도 키우게 된다"고 말했다.
또 "뇌졸중 환자는 언어가 둔화될 수도 있고, 몸을 잘 못쓸 수 있는데 음악이나 무용치료로 운동 및 언어기능이 좋아지기도 한다"며 "정서와 심리상태가 좋아지면 원래 치료 목적인 인지능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예술치료가 환자들의 심리 안정과 인지능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어느정도 알려졌지만 이 센터장이 예술치유센터를 처음 시작하던 10년 전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의사들도 예술치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의사들을 설득하고, 믿음을 얻어서 그 분들이 예술치유센터로 환자를 보내기까지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1~2년이 지나면서 의사들이나 환자들에게 '예술치료를 해보니 눈에 띄게 몸도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졌다'는 피드백도 나오게 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며 "지금은 소화재활 낮병동의 경우 80% 이상이 예술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의 합성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음악은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가장 손쉬운 예술치료법으로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적절한 시간마다 음악을 감상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이 '셀프 치료사'가 되어서 좋아하는 음악 리스트를 만들고 잠에서 깨어날 때, 체조할 때, 잠자기 전에 등 치료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며 "음악치료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치료받는 사람이 선호하는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시간대별로 리스트화 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간 예술치유센터를 맡아 온 이 센터장은 코로나19라는 재앙을 겪으면서 센터의 비전과 과제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비대면 시대의 예술치료 프로그램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예술치료도 근본적으로 다시한 번 생각하게 됐다"며 "일대일로 대면해서 치료하거나 그룹치료를 진행해 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년 간 노인 그룹치료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앞당겨졌고 예술치료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온라인 방송을 통한 비대면 예술치료 등을 개발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아니더라도 또 여러가지 이유로 병원에 오지 않는 분들의 접근성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