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日과 회담 조속 희망”…4월 美서 만나나 아태국장 일본行…한일 국장급 협의, 5개월 만에 개최 강제징용위안부, 수출규제 동 논의…협력 논의도 주목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2021년 03월 31일(수) 18:47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내신 기자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1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언제, 어떤 형태로든 만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강력한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최근 교체된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일본에서 한일 고위급 실무 협의를 재개하고, 한일 외교장관 간 소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청사에서 열린 내신기자 간담회에서 "일본과 소통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겠다"며 "개인적으로 외교장관 회담이 조기에 개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 장관은 "일본 외무상과 어떤 형태로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한일 양자 회담이든,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처럼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이든, 제가 가든지, 일본 외무상이 한국에 오든지, 제3국에서 만나든지 등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정 장관은 아직 모테기 외상과 상견례를 겸한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10일 정 장관이 동일본 대지진 발생 10주기를 맞아 모테기 외상 앞으로 위로 서한을 보내자, 모테기 외상이 닷새 만인 16일 답신을 보낸 것이 전부다.
정 장관은 이달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연방 외교장관과 각각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후 다음 달 3일에는 중국 셔먼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및 오찬을 갖는다. 사실상 한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4강(强)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모테기 외상과만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는 강제징용, 위안부 판결 등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일 갈등이 최악의 상태로 치달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1월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일본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해결책 제시를 압박한 채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일본을 향해 지속적으로 관계 개선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를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한일 갈등 해결 노력을 통해 한반도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일 간 소통이 꽉 막혀 있는 가운데 현재 조율 중인 4월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4월 하순 미국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3국 회담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의 양자 회담도 조율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의 회담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이상렬 외교부 아태국장은 한일 국장급 협의를 위해 이날 일본으로 넘어갔다. 한일 국장급 협의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진행된 후 5개월 만이다. 한일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양국을 오가면 협의를 가졌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2월과 10월에만 대면 협의를 했다. 지난 1월에는 화상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정 장관은 "일본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오늘 일본으로 출발했다"며 "신임 국장이기 때문에 일본의 상대 국장과 만나 고위 실무급 협의 채널을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일본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상견례를 겸한 만남을 갖고,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일정을 조율하는데 초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과 일본의 수출규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와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협력 문제를 다룰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실질 협력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본과 소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전날 일본 정부의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담긴 고등학교 교과서의 검정 통과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정 장관도 "최근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의 강도를 계속 높여 나가고, 위안부 관련 역사적 사실도 왜곡·은폐하려는 행동이 늘어나고 있는 데에 대해서 아주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한일 현안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이러한 노력을 저해하는 왜곡과 도발은 중단해 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강제징용·위안부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며 "대법원판결을 존중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 측에 현실적 방안을 계속 제시하고 있고, 일본이 적극적으로 응해주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입장차가 극명해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더라도 해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모종의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미국은 한국, 일본이 매우 중요한 동맹국가이기 때문에 한일 관계가 원만히 정상적인 관계로 조속히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이 한일 관계가 원만히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면 정부로서는 환영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일 양국이 풀어나가야 될 문제"라고 밝혔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