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롭고 가치 있도록 좋은 정치, 착한 정치하겠다” 대담 ׀ 박인범 동두천시의회 부의장 동두천/고명현기자 hyungo@sudokwon.com

2021년 05월 06일(목) 14:01

동두천시의회 박인범 부의장.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은 너그럽게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깊고 넓은 마음가짐

1991년 초대 동두천시의회 의원을 역임하신 후, 27년 만에 다시 시의회 제8대 후반기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재선 시의원으로 다시 일하시는 소감은.
조용필의 노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가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소중한 건 옆에 있다…” 경기도의원으로서 동두천을 위해 일하는 것도 나름 큰 의미와 보람이 있었다. 그래도 역시 시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일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역사적인 지방자치 시대 개막과 함께 서른 중반 젊은 나이에 동두천시 초대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영광이었다. 동두천 의정 역사의 시작을 열면서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는 긍지와 책임감이 막중했었지요. 이후 여러 훌륭하신 지역 정치 선후배님들께서 잘 다져놓으신 동두천시의회 의정역사에 다시 돌아와 일하게 해주신 시민들에게 다시금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정치는 결국 만남과 대화, 다툼과 화해, 소통과 나눔, 갈등과 협력 등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일들이 곧 정치라고 한다면, 이웃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내 고향 동두천에서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이 보다 의미 있는 참 정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 공식 정치이력의 출발지로, 그것도 민의의 출발선이자 민주주의의 시작점인 시의회에서 일하는 오늘이 참으로 기쁘다.

청년 정치인으로 시작하신 정치활동의 동기와 그 동안의 정치역정은.
지방자치가 재개된 1990년대 초반은 군사정권의 종말과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던 대격변기였다. 아직 미처 민주주의가 완전히 활짝 피어나지는 못했던 그 시절에는 지금으로 보자면 너무도 당연한 국민으로서의,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억압되어 있던 상태였다. 저는 제 고향 동두천에서 시민의 권리가 왜, 어떻게 존중받아야 하는가? 남북 대립의 첨예한 현장 바로 가운데 놓인 미군주둔 도시 동두천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 동두천 사람들의 팍팍한 삶이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과 고민 속에 정치를 시작했다. 이후 초대 동두천시의회 의원을 거쳐 경기도의원으로 활동하기까지 줄곧 제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고민한 화두는 바로 우리 동두천과 동두천시민들의 권리, 그리고 삶이었다.
몇 차례 낙선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쓴잔은 제게 쓰지만 귀한 약이 됐다. 제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보며 갈고 다듬는 귀중한 계기가 됐다. “넘어지는 사람은 패배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를 줍기 때문이다.” 이 문장처럼, 제게 낙선의 실패는 좌절이 아닌 자기성찰과 단련의 고마운 시련이었다. 이후 도의회를 거치면서 더 넓은 시야와 배움을 얻었고 다시 동두천시의회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서정주 詩 ‘국화 옆에서’ 中)” 기분으로 고향 발전과 이웃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번 정례회·임시회에서의 5분 자유발언은 이제 박인범 부의장님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간의 발언내용들은.
제8대 의회 개원 이후 지난 제303회 임시회까지, 5분 자유발언을 모두 16번 했다. 처음, 과도한 순세계잉여금 발생 문제 지적을 시작으로, 시 공무원 공로연수 대상 6급으로 확대, 종합사회복지관 및 권역별 사회복지분관 설치, 시 발주 건축공사를 전담하는 공사팀 신설, 시청 기간제·단시간 근로자 채용에 있어서 기회균등 실현, ‘도심 숲’ 조성, 국가산업단지 적극 홍보, 안정적 응급실 운영체계 유지, 우성아파트 앞 도로 확장, 보훈회관 신속 건립, 국·도비 확보 노력, 관내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의 단계적 공급 추진, 송내동 행정복지센터 신축, 집행부의 의회 존중 및 소통·설득 노력, 코로나-19 관련 관내 유흥업 자영업자 추가 지원, GTX-C 노선 동두천역 연장 등 관내·외 연결 교통망 구축, 행정의 신뢰성 및 공정성 회복 등을 지금껏 시에 촉구했다.
시의원은 바로 시민의 ‘입’이나 마찬가지이다. 시정 전반에 걸친 시민들의 여론을 귀담아 듣고, 그 중 반드시 시 집행부에서 알아야 할 것들을 시민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이지요. 다행히도 제가 시 집행부에 주의를 환기하고 촉구했던 것들 중 몇 가지는 실현되어 참 보람을 느낀다. 5분 자유발언은 생생한 시민의 목소리를 집행부에 전하는 귀한 소통의 장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 소중한 기회를 통해 시민의 뜻이 시정에 반영되도록 힘쓴다.


의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소신이 무엇인지.
잠깐 법의 배열 순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떤 법령이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들이 제일 먼저 나온다. 법 조항의 순서가 그 법이 담고 있는 가치의 우선순위라고 보면 된다. 최고법인 우리 헌법을 볼까요? 가장 먼저 헌법정신과 지향점을 담고 있는 헌법 중의 헌법인 ‘전문(前文)’이 나온다. 그리고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1장 총강 다음에는 국민의 기본권들이 등장한다. 통치구조는 그 다음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국민의 기본권 조항들 다음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국회’이고 대통령과 행정부는 국회 다음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자치법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의회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집행부 조항들이 뒤를 따른다.“의회가 먼저다.” 당연한 결론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는 의회가 먼저이다. 집행부의 존립 자체가 의회에 좌우되는 의원내각제가 굳이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의회-집행부 병립적 권력구조에서도 이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나아가 의회는 집행부의 정책 결정과 실행에 정당성을 수동적으로 부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집행부라는 큰 배가 제대로 항해할 수 있게끔 인도하는 방향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물론, 의회의 이러한 위상과 역할에는 그에 걸맞은 의원 개개인의 실력과 인품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의회와 집행부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신사도를 지켜야 한다. 다퉈도 품위 있게 다투는 존중 속의 생산적 갈등에서 시민행복이 싹트는 것이다.
‘이웃’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고, 동네 아저씨나 형님과도 같은 푸근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친근한데 시민들과의 만남과 소통에 관한 생각은.
앞에서 얘기했듯이 정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이다. 특히 우리네 지방자치는 더욱 그렇지요. 파전 한 쪽에 곁들이는 막걸리 한 잔에서 삶과 정치는 시작된다. 술 한 잔에 깃든 우리들 애환과 소박한 소망들, 소소한 일상 속의 불편과 그것을 바로 고쳐가려는 생각의 나눔과 작은 관심들이 모여 이야기가 되고 소통이 되며 정치가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운전을 못하는데 덕분에 버스와 택시 안에서, 퇴근 후 산책길에서 만나 나누는 시민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것들을 얻고 배우는데 시민이 바로 정치인의 스승이다.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공경의 마음을 갖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이웃인 시민들로부터 늘 배운다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작은 소리도 크게 듣고, 별 것 아닌듯한 얘기도 무겁게 경청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정치, 그리고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에 관한 의원님의 견해는.
“좋은 정치”란 효자손과 반창고 같은 정치가 아닐까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자손, 작은 상처라도 아픈 곳을 포근히 감싸주는 반창고. 우리 정치가 효자손과 반창고의 반만 따라 해도 국민·시민들의 삶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좋은 정치는 어려운 논리도 거창한 구호도 아니고 가려운 등, 다친 손가락처럼 작은 번거로움과 상처를 달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은 정치라고 저는 생각한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누구 한 사람이나 특정 집단이 아닌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삶을 더 풍요롭고 가치 있도록 세상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 그것이 바로 좋은 정치, 착한 정치겠지요.
같은 맥락에서, 저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자세로서 포용과 관용을 꼽고 싶습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이런 말이 나온다. 泰山不辭土壤 故 能成其大(태산불사토양 고 능성기대)/河海不擇細流 故 能就其深(하해불택세류 고 능취기심). “태산은 흙덩이를 사양하지 않아 거대함을 이루었고 강과 바다는 가는 물줄기를 사양하지 않아 깊음을 이루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자기를 미워하는 이들도 너그럽게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깊고 넓은 마음가짐이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이다.

제8대 의회와 민선 제7기 시장 임기도 이제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부의장으로서 집행부에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은.
행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신뢰성과 공정성이다. 시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행정, 그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행정은 최악의 행정이나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존경하는 최용덕 시장님과 집행부 공직자 여러분께서는 시민행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심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되고 있는 특혜행정, 불공정행정 시비를 명쾌하게 해명하고 의혹들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그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신뢰성과 공정성이 행정의 생명이다. 항간의 몇몇 의혹들을 말끔히 씻어내지 않고서는, 동두천 발전과 시민행복은 텅 빈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또 한편, 리더십은 소통과 설득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그 힘이 제대로 발휘된다. 소통과 설득이 결여된 일방독주 행정은 마찰과 충돌을 일으키고 그로 인한 시간과 행정력 낭비는 결국 시민의 불편으로 돌아간다. 엑셀만 있는 자동차는 생각할 수 없다. 자동차에 엑셀과 브레이크가 왜 함께 있는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자기를 반대하는 이들도 너그럽게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깊고 넓은 마음가짐. 이것이 바로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이다. 최용덕 시장님의 뜨거운 동두천 사랑과 지치지 않는 열정, 그리고 강인한 추진력을 마음 깊이 존경한다. 거기에 포용과 소통의 역량을 더하셔서 보다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서른 중반 나이에 시작했던 정치 여정이 어느덧 30여 년에 이르렀습니다. 아직도 부족함과 배워야 할 것들은 많지만, 우리 동두천시민 여러분과 함께 더 살기 좋은 내 고장을 만들어 가는 이 길을 계속 걷고자 한다. 숨 쉴 수 있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동두천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 제 사무실은 언제나 열려 있다. 즐거운 일이든 슬프고 답답한 일이든 저 박인범과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환영이다. 편안하게 찾아주시고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하는 시의원이 되겠다. 귀담아 듣고, 약속을 지키고, 실천하는 박인범이 되겠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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