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모녀’ 더 있다…복지사각, 최소 544만명 1년에 123만명 발굴해 지원…연간 22% 건보료 16개월 체납자 약 50만명 달해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인력 54%만 충원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2022년 08월 24일(수) 18:25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복지 사각지대 발굴 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8.24.

[김부삼 기자] 생활고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와 같이 건강보험료가 장기체납됐거나 단전·단수 등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가 54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2개월에 한 번씩 우선순위를 고려해 20만여명의 위기가구를 선별해 발굴, 지원하고 있지만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24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단전, 단수, 건강보험료나 장기 체납, 금융 연체 등 34종의 위기정보가 입수된 이들 숫자는 약 544만명에 달한다. 이 중 복지부가 선별한 위기가구 발굴 우선순위 명단은 12만3000명,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활용하는 인원이 8만2000명이다.
발굴시스템상 고위험군 명단이 2개월 주기로 바뀐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년에 123만명 수준이다. 위기정보가 1건이라도 접수된 544만명 중 즉시 위기상황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사례는 2개월에 3.8%, 1년에 22.6%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번제 숨진 수원 세 모녀 역시 건보료를 16개월간 체납했지만 다른 위기정보가 접수되지는 않아 고위험군 발굴 우선순위에서 빠졌다. 세 모녀처럼 건보료가 16개월간 체납된 인원은 약 50만명에 달한다.
전병왕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날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좀 더 우선 위기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우선 지원이 필요한데도 누락된 부분은 위기 정보를 좀 더 포함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위기정보가 1건 이상 접수된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존 사회복지 인력만으로는 부족한데 전체 지자체 공무원을 동원해서 일시에 할 필요가 있는지는 검토해보겠다. 현재는 좀 더 위기가구일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시스템으로 발굴해서 내려보내도록 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현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수원 세 모녀는 지난 21일 오후 2시 50분께 자신들이 실거주하던 연립주택 건물 관계인이 "세입자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내용의 신고를 112에 접수하면서 알려졌다. 60대 여성 A씨와 각각 40대인 딸 B·C씨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등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A4 용지 9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이들은 건강보험료가 16개월째 체납됐으나 주민등록상 기재된 화성시 주소지와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고, 복지급여를 신청한 내역이 없어 추가 발굴 작업이 중단된 바 있다.
복지부는 오는 9월6일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을 개통하고, 위기 정보를 현행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증질환 산정 특례 정보, 장기요양 장기 미청구 정보 등 의료 관련 정보도 포함된다.
전 실장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만 갖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5개 정보를 추가한다고 해서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다"면서도 "장기체납자나 세 모녀 중 어머니처럼 중증 질환 정보를 포함하면 훨씬 더 빨리 위기가구로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국민들께서 여러 복지 제도가 있고 필요하면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신청하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하고 민간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기초지자체 중 95.2%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을 설치했다. 그러나 인력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54%만 충원된 상황이다.
오진희 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하면서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 배치됐던 간호 인력이 코로나19 대응 업무 쪽에서 많이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거주지가 불분명한 위기가구를 실종자에 준해 소재를 파악하기로 했다. 경찰이 아동, 치매 노인, 정신장애인 등을 법에 근거에 소재를 파악하는 것처럼 위기가구도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위기가구를 발굴하더라도 복지멤버십 등에 직접 가입하지 않으면 관련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대해 장은섭 복지정보기획과장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기초연금 수급자는 법령에 의해서 거부하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복지멤버십 수급자로 편입했다"며 "안내에도 불구하고 신청하지 않은 경우 사각지대 발굴 대상으로 선정해 한 차례 방문해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진희 지역복지과장은 "신용회복위원회 상담 시 복지멤버십 가입과 실거주지 정보를 복지부와 연계하는 방안을 앞으로 협의해 진행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 의견을 토대로 행정안전부, 경찰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개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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