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간첩 누명’ 일가족 5명, 45년만에 재심 무죄 거문도 일대 간첩활동 협조 혐의 법원, 고문·증거 위법 수집 등 인정 전원 무죄…"사법부로서 사죄드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2022년 09월 04일(일) 11:23

[김부삼 기자] 거문도 일대에서 간첩 활동을 해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일가족 5명이 재심 끝에 4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지난 1일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고(故) 김재민씨, 고 이포례씨와 이들의 자녀 3명의 재심에서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이들을 불법 구금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또 이들이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상당한 의심이 든다며 자백 진술의 효력이 없다고 봤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이들의 소유물을 압수했으므로 이 사건 압수물은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간첩활동을 제보한 귀순 남파 간첩 김용규씨의 진술도 일관되지 않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치며 "막강한 인적·물적 조직을 가진 거대한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과거 남북한의 체제 경쟁 하에서 국가 안보와 반공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국가 폭력에 고통당하고 희생당하신 분들께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이자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 사건 제보자인 김용규씨는 지난 1976년 9월 북한에서 거문도로 파견됐으나 동료들을 사살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수사기관은 김용규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김재민씨, 이씨와 자녀들이 거문도 일대에서 대남공작원들의 간첩활동을 돕거나 입북을 모의하고 금품을 수수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다음 해 김재민씨와 이씨는 각각 무기징역,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그 자녀들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자격정지 2년에서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에 이르는 형을 선고받았다. 일가족 5명의 형은 항소심, 상고심을 거쳐 같은 해 그대로 확정됐다.
김재민씨, 이씨의 사망 이후 자녀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절차를 거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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