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오페라발레 30년만에 내한…“지젤은 프랑스발레 정수”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2023년 03월 07일(화) 22:44

▲파리 오페라 발레가 7일 오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알브레히트역을 맡은 기욤 디옵,지젤역을 맡은 도로테 질베르, 한국인 단원 강호현, 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 (사진=LG아트센터 제공)

[김부삼 기자] "'지젤'은 파리 오페라 발레에 의해 시작된 작품입니다. 프랑스 무용의 경향을 잘 드러내죠. 프랑스 발레의 정수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30년 전 한국에서 이뤄진 공연에 무용수로 참여했어요. 그때는 에투알(주역 무용수)이 되기 전이었고, '프리미에 당쇠르'(제1무용수)로 무대에 올랐죠. 예술감독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쁩니다. "(호세 마르티네즈 파리 오페라 발레 예술감독)

3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발레 종가 '파리 오페라 발레'가 30년만에 내한, 상징 레퍼토리 '지젤'을 선보인다. 파리 오페라 발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이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귀족들의 춤으로 시작된 발레는 '태양왕' 루이 14세 시기에 극장 예술로 정착했다. 루이 14세는 1669년 시인 피에르 페렝에게 프랑스어로 공연하는 오페라 아카데미 설립을 허가했고, 이 기관이 파리 오페라 발레의 뿌리가 됐다.
파리 오페라 발레를 이끄는 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은 1993년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 '지젤' 무대에 직접 무용수로 올랐다. 그만큼 그에게는 이번 내한 공연이 뜻 깊다. 그는 7일 오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레의 기교를 보여주면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프랑스 발레의 특징"이라며 "프랑스 스타일의 발레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는 최정상의 기량과 명성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지만 해외 투어에는 인색하다. 여러 기관이 수차례 국내 공연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30년만에야 국내공연이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다. LG아트센터는 마곡 이전 전인 2021년부터 파리 오페라 발레의 내한을 추진, 힘들게 성사시켰다.
"저희는 프랑스 안에서 연간 180~190회 공연을 합니다. 그래서 시즌공연 외에 추가로 해외공연을 하는 게 쉽지 않아요. 중간에 코로나19도 있었죠. 이번 내한은 지난해 11월 제가 예술감독이 되기 전에 이미 결정돼 있었고, 제가 감독이 되며 실현됐습니다."
마르티네즈는 프랑스에서 이뤄지는 지젤과 최대한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70명의 무용수 외에도 장치·분장을 비롯해 무용수들의 건강을 담당하는 스텝까지 포함해 모두 120명이 내한했습니다. 대전 공연에 온 관객들은 섬세한 디테일과 완성도 높은 공연에 감동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로 성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장 코랄리와 쥘 페로가 안무하고 아돌프 아담이 음악을 쓴 '지젤'은 낭만주의 시대가 배출한 걸작 발레다. 1841년 파리 오페라 발레에 의해 초연됐고, 180년이 지난 현재까지 발레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 선보이는 '지젤'은 원작에 기초해 파트리스 바르와 외젠 폴리아코프가 1991년 재안무한 버전이다. 마르티네즈는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려 했다"며 "당시의 무대장식과 의상 등에 충실하면서도 무용수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게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젤역을 맡은 에투알 도로테 질베르와 왕자 알브레히트역을 맡은 기욤 디옵, 한국인 단원 쉬제 강호현이 함께 했다.
도로테 질베르는 2007년 에투알로 임명돼 1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용수다. 그는 "지젤은 테크닉이 중요한 작품이고, 난이도가 높다"며 "각 무용수마다 자신만의 지젤이 있을 정도로 자질과 성숙도에 따라 굉장히 다르고, 저 자신도 15년 전 지젤과 지금이 다르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이뤄진 '파리 오페라 발레 2022 에투알 갈라' 당시 남편·딸과 함께 방한했던 그는 워킹맘 무용수로서의 생각도 털어놨다. "7, 8세에 무용을 시작해 무용수로 살고 있지만 개인적 삶도 지속돼야 해요. 언젠가 무용을 멈춘 후 인간으로서의 제 삶도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죠. 배역의 정서를 해석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요."

▲파리 오페라 발레가 7일 오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 알브레히트역을 맡은 기욤 디옵,지젤역을 맡은 도로테 질베르, 한국인 단원 강호현, 이현정 LG아트센터장. (사진=LG아트센터 제공)

그는 후배 무용수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는 질문에 '노력'을 강조했다. "노력은 꼭 결실을 맺습니다. 잘 되다가도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하지만 계속 하면 됩니다. 예술에는 결코 불공정이 없어요."
알브레히트역으로 나서는 기욤 디옵은 프랑스가 주목하는 차세대 스타다. 12세에 파리오페라 발레학교에 입학했고, 2018년 파리 오페라 발레에 입단했다. 2021년 21살의 나이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를 맡았고, 올해 쉬제로 승급했다. 그는 "에뚜알 도로테 질베르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저에게 너무나도 귀한 경험"이라며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굉장히 큰 도전이지만 극적인 순간, 감동을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에는 에투알 박세은과 쉬제 강호현, 코리페(군무 선두) 윤서후 등 3명의 한국인 단원이 있다. 하지만 이번 무대에는 강호현만 참여한다. 박세은은 출산으로 이번 내한공연에 참여하지 못했다. 강호현은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세은 언니가 함께 못 와서 아쉽다"고 했다. "한국에 오기 전 언니가 잘하라고 격려해 줬어요. 3명이 다 함께 올 수 있는 한국 투어무대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강호현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한국예종을 거쳐 2017년 파리오페라발레에 입단했다. 지난해 단원을 등급을 구분하는 5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쉬제'로 승급했다. 마르티네즈는 "한국의 발레 교육이 굉장히 훌륭하다"며 "강호현은 한국인이지만 프랑스 발레 스타일을 잘 전해주는 훌륭한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30년만의 파리 오페라 발레 내한을 이끌어 낸 이현정 아트센터장은 "지난해 10월 개관하고, 올해 정규시즌의 문을 '지젤'로 열게 돼 영광스럽고 기쁜 마음"이라며 "마곡 아트센터는 대형발레와 오페라단이 공연하기에 충분한 무대와 시설을 갖췄고, 개관을 준비하며 내한을 꼭 성사시켜야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는 지난 3~4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공연을 마쳤으며, 8~11일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홀에서 5회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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