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굉음에 분노한 장봉도를 주목하라 조희동 | 국장 인천/조희동 기자

2023년 03월 14일(화) 16:27

[인천/조희동 기자] 장봉도가 분노하고 있다.
비행기의 굉음 소리에 주민들이 분노하며 외치는 절규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폭발하고 있다. 6.25만 난리인가 했더니 이곳 장봉도의 요란한 비행기 소리가 난리의 전쟁터나 다름없다.
주민들의 절규와 외침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전 세계의 항공기 소음 때문에 살려달라고,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북치고 꽹과리 치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분노의 외침인 것이다.

지난 9일 장봉도 70대의 한 촌로가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앞 도로에 자리 잡은 주민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을 때 잘해) 노래로 한을 풀어낸다. 주민들은 가슴을 부여잡고 합창을 한다. 봄바람이 아침 이슬과 함께 살갗을 애이듯 파고드는 바닷가의 찬바람을 맞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노래다. 즐겁고 흥겨워서 하는 노래였을까? 아니다. 절규의 한을 풀어내는 고통의 노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서울 지방항공청, 인천광역시 등 국민을 위한 국가기관들은 이 울부짖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못 들었다면 귀를 열어야 할 것이고 들었다면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작은 섬 장봉도의 주민들도 주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임과 동시에 인천시의 시민이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인 바다, 논밭, 도로 산 어디를 가던 문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항상 머리 위 200~300m 상공에서 굉음 소리와 함께 크고 작은 세계의 항공기들이 쉼 없이 날아들고 집에 들어오면 지붕을 흔드는 굉음 소리에 잠을 이룰 수가 없는 곳이 장봉도다. 이런 곳이 정녕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랍니까? 전생에 무슨 죄를 짓고 태어났기에 이런 지옥 같은 땅에서 살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는 장봉도 주민들의 한 맺힌 절규, 이 외침이 들리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며 주민을 위하는 행정기관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소지역의 주민이라고 무시하고 우습게 보았다면 지금 바로 그 정책을 바로잡고 바꿔야 한다. 소수의 주민이라고 무시하고 하찮게 생각하면 더 큰 재앙이 되어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언제나 작은 구멍에서 큰 둑이 무너지는 것이지 큰 구멍에서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법칙이 있다. 소지역주의를 존중하고 그들의 생존권과 삶이 보장되었을 때 비로소 지역의 평화를 기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국민과 나라의 안녕을 기대할 수 있다.

선진국들의 예를 보면 공항 주변 또는 항공기의 항로로 인해 발생 되는 소음 지역에 대한 피해보상 및 안전대책에 공항 운영자는 공항 운영의 수익금 30%를 투자한다고 한다.
세계 최일류 공항이라고 자처하고 또 세계를 향해 그렇게 알리고 있는 곳이 인천국제공항이다. 그렇다면 인천국제공항은 외부 선전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이에 걸맞은 내부 투자로 주변 지역의 민원도 세계 최 일류급으로 해소하고 지역 발전 또한 선진국에 못지않게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들어나가야 함이 마땅하리라 생각한다. 말로만 구호로만 세계 최고 공항이 아닌 명실상부한 최고의 국제공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뜻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공항 주변 지역 주민들의 소망일 것이다.

따라서 국가나 정부 자치단체는 세계의 모든 항공기를 밤낮없이 머리 위에 이고 살아가고 있는 이곳 장봉도 작은 섬 주민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들을 위하고 고통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 단순하다. 고통스럽고 힘들 때 이들이 자유롭게 이 지역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육지로 드나들 수 있도록 장봉도에서 모도간 1,684㎞를 연결하는 연도교를 (예산액 약 1,200여억 원) 건설하여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방법이다.
다만 주민들과의 합의 사항이지만 조심스러운 해법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의 연간 수익금에 비유하면 조족지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이고 국가기관이라면 이 정도의 예산은 속된말로 식은 죽 먹기 아닌가? 하지만 장봉도의 소지역 주민들에게는 생사여탈이라 할 수 있는 목줄과도 같은 염원 사업이며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아주 중차대한 사업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국민임과 동시에 인천시민인 옹진군 장봉도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달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여기에 아낌없는 지원으로 이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줘야 함이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살기 위해 살겠다고 정부를 향해, 자치단체를 향해 울부짖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작은 섬의 장봉도 주민들이 고통스럽지 않고 오로지 자기들의 생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는지, 정부가 국민을 괴롭히고 자치단체가 주민 삶을 옥죄듯 괴롭히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면서 국가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국민에게 다가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주민은 자치단체를 믿고 국민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가 요원해서 되겠는가? 정부와 자치단체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주민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권으로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 작은 섬에 이런 고통을 주어 행복권을 박탈시키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것에 자괴감을 감출 수가 없으며 방치되고 있다는 것에 또 한 번의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정부, 자치단체 모두 다 함께 각성할 때가 아닌가 하는 회한(悔恨)을 가져다 주는 대목이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작은 섬 장봉도에 정부 공사의 굉음 소리를 멈춰주길 간절한 바람으로 기대해 본다.

인천/조희동 기자 인천/조희동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