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갑질 행정으로 재개발 발목 잡나 갈현1구역, 이주 98% 진행 중 사업비대출 보증심사 퇴짜 조합원 중도금 납부방식, 이주비 이자 대납, 공사비 모두 문제 삼아 서울/김종돈 기자 kimjd2020@naver.com

2023년 06월 29일(목) 13:36

갈현1구역 조감도(제공 = 롯데건설)

[서울/김종돈 기자] 2022년 5월 6일 은평구청으로 관리처분인가 승인을 받은 은평구 갈현1구역 조합이 사업비 대출 보증심사의 난관에 봉착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하 ‘허그’)가 최근 갈현1구역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의 사업비, 이주비 관련 대출승인 심사를 반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허그(본사는 부산 소재)는 개인대출의 보증심사, 전세보증금 보증심사,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중도금, 사업비 등의 보증심사 등의 업무를 관할하고 있다.

갈현1구역 조합에 따르면, 지난 해 5월 6일 관리처분인가를 득한 후에 사업비 대출 보증심사를 위한 서류를 늦여름에 허그 서울지사로 접수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였으며, 기업들, 특히 건설사들의 신용에 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전국적으로 정비사업지들에 대한 보증심사 업무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허그는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이 신청한 사업비 보증심사 반려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시공사인 (주)롯데건설이 2020년 5월 23일 시공사로 선정될 당시 제안한 조합원 계약금과 중도금 없이 잔금으로 부담금을 완납하는 일명 0-0-100 조건이다. 허그는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계약금과 중도금 없이 4000세대가 넘는 초대형 사업의 시공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사업 추진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허그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허그에 전달한 바 있다.

두 번째,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무이자 이주비(종전자간가액의 40%)를 조합과 시공사가 감당할 수 있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롯데건설과 조합 측은 이미 이주비 40%가 신청 조합원들에게 무이자 조건으로 지급이 완료되었고, 롯데건설이 매달 이자를 대납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 번째, 허그는 시공사가 2020년 제안했던 평당 공사비 465만원이 너무 낮기 때문에 과연 롯데건설이 공사비를 인상하지 않고 착공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해당 조합원들은 허그가 공사비를 우려해서 사업비 보증심사를 반려한 것은 무리한 사업 개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시공사와 도급계약도 한 것인데, 허그가 이제 와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허그는 작년에 불거진 전세사기 문제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전국적으로 정비사업의 사업비 조달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허그의 업무분야에 대한 회의를 불러오게 되었다.

정부는 부동산원을 통합 출범시켜서 정비사업의 공사비 인상 등 각종 검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권 자체적으로 각종 재개발, 재건축 조합의 사업성을 분석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허그의 정비사업 대출보증심사 업무가 과도한 규제와 개입으로 비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비사업의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시기이다. 게다가 조합원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해야 하거나, 무이자 이주비에 대한 이자를 조합원들이 매달 직접 은행에 납부해야 한다면, 개선된 주거 환경에서 거주하고자 십여 년을 기다려 온 대다수 조합원들은 입주조차 못하고 빚더미에 나앉게 된다. 이것은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또 다른 전세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최근 조합 측이 조합원 전체를 상대로 발송한 SNS 내용을 보면, 허그 서울 지사는 갈현1구역 사업비에 대한 보증 승인을 요청했지만 부산 본사의 심사처장이 보증불가로 반려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해당 조합원들은 전화와 민원을 통해 허그의 무리한 요구와 보증심사 반려에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원 A씨는 ‘허그의 갑질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조합원들이 부산 본사에 내려가서 항의 시위라도 해야 할 판이다. 이주가 거의 끝나가고 명도집행도 하고 있는데 허그가 우리 사업을 망치려고 하는 것 아니냐. 조합원들 재산도 담보로 하고 은행도 자금을 대출해주겠다는데, 이건 허그가 우리더러 사업을 접으라는 소리다. 연세 드신 분들은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장마철도 다가오는데 빈집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노심초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시공사 측은 허그에 사업비 보증심사를 조만간 재접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도로 사업비 조달을 위해서 시공사의 보증으로 제2금융권의 차입금을 마련하는 계획을 포함하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갈현1구역 조합은 현재 구역 내 약 98%의 거주민들이 이주를 완료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 철거를 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한편, 이 사업은 은평구 갈현로41가길 36(갈현동) 일원 23만8966.9㎡를 대상으로 한다. 조합은 이곳에 지하 6층~지상 22층 규모의 공동주택 32개동 4,116가구(임대 620가구 포함) 및 근린생활시설 등을 신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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