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개발 조합 사무실서 문서절도 · 폭행사건 터져 신원미상의 여성, 2700명 조합원 개인정보문서 일부 절도해 달아나 재개발 브로커 관련 조합원들의 공모 의혹·도주방조 의혹 불거져 문서절도 및 폭행사건, 도주한 주범 및 공범관계 신원확인 中 서울/김종돈 기자 kimjd2020@naver.com

2023년 07월 18일(화) 10:24

파란색 모자와 흰 마스크로 얼굴을 철저히 감춘 절도 용의자가 조합임원에게 붙잡혀 실랑이를 하고 있다. 주변을 에워싼 조합원들은 조합임원을 밀치며 용의자의 도주를 도와준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제공 = 갈현1구역 조합원)

[서울/김종돈 기자] 지난 14일 오전 10시경,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주택재개발조합 사무실에 방문했던 한 여성이 조합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중요문서를 훔쳐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문서에는 조합원들의 실명,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조합은 각종 중요서류를 보관하고 있고 코로나19 등 방역관리 차원에서 조합사무실 방문자들에게 방명록을 작성토록 하고 있다.
당시 조합에는 일부 조합원들이 임의로 조합 사무실에 들어와 모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조합 집행부는 해당 모임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정체불명의 모임이라고 규정하고, 조합 측에서 모임에 배석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전 10시경 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한 한 여성이 조합 사무실에 놓여있던 조합원 방명록을 훔쳐 도주하면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모습을 본 조합 임원이 즉시 그 여성을 붙잡아 개인정보문서를 반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그 여성은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무응답으로 일관하다가 끝내 문서 반환을 거부했다.
그 와중에 곁에서 이를 보고 있던 해당 모임의 일행들이 오히려 조합 임원을 몰아세우고 항의하는 동시에 그 여성이 도주하도록 길을 터주었고 결국 그 여성은 건물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 여성을 제지하던 조합임원을 당일 모임 참석자 가운데 몇몇이 에워쌌고 다른 여성이 뒤쪽에서 임원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 폭행 행위가 벌어졌다. 일부 조합원들이 이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으며, 해당 영상은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조합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방명록을 훔쳐서 달아난 여성, 그리고 문서 반환을 요구한 임원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여 그 여성이 도주하도록 도와준 조합원들의 신원을 특정해서 끝까지 공모여부 및 사전모의 여부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해당 모임이 재개발 브로커 일당의 지속적인 개입으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이어져왔으며, 이날 모임에서 발생한 사건들도 조합을 조직적으로 음해하려는 세력들의 계획적인 모의에 의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조합이 건물 내외부의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해당 여성은 당일 모임의 주최측과도 이미 아는 사이인 것으로 보이며, 절도와 폭행 사건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주최측 조합원들이 현장을 계속 분주히 오가며 정보를 나누고 분위기를 살피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재개발 구역들에서는 재개발 브로커 업체의 직원들이 재개발 물건을 매입해서 조합원 신분을 취득하거나 과소지분을 소유한 뒤에 조합 업무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조합 임원의 해임을 추진하거나 재개발을 무산시키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행위들로 인해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이 무산되어 결국 대다수 조합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갈현1구역 조합원들은 2020년 5월에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당시에 선택받지 못한 건설사 중 일부가 수년째 비대위 성격의 모임들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져왔다.
인근에 위치한 대조1구역 조합의 사례를 보면, 수년 전부터 전자투표 업체가 비대위와 결탁하여 조합 임원 해임과 연임반대 총회, 그리고 선출총회를 반복해서 추진하다가 결국 조합원 분담금 잔금 납부 조건인 일명 0-0-100이 깨져서 중도금을 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조합원들이 받았던 40% 이주비의 무이자 조건도 총회에서 유이자로 변경되는 등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끼쳐진 사례도 있다.
조합 측은 극소수 조합원들의 이러한 비상식적이고 반이성적인 행태에 단호히 대처해서 현명하고 선량한 대다수 조합원들의 재산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조합은 사무실과 회의실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한 편, 범죄혐의자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 관계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평경찰서와 연신내지구대는 이미 해당 사건들을 접수하고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취재 결과, 수사기관은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해당 여성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공모 의혹의 대상자들에 대한 신원확인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갈현1구역 조합은 수용재결을 위한 법원 공탁을 지난 14일 모두 마무리해서 현금청산자들에 대한 보상절차, 철거계획과 건축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98% 이상의 높은 이주율을 보이고 있는 갈현1구역은 올 가을부터 철거를 시작하고 내년에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갈현1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은평구 갈현로41가길 36(갈현동) 일원 23만8966.9㎡를 대상으로 한다. 조합은 이곳에 지하 6층~지상 22층 규모의 공동주택 32개동 4,116가구(임대 620가구 포함) 및 근린생활시설 등을 신축할 계획이다.

서울/김종돈 기자 kimjd2020@naver.com 서울/김종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