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곧 ‘우주’다 안수현 | 시인 @sudokwon.com

2024년 02월 05일(월) 16:07

제도가 있는 이유는 권한 있는 자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권력과 힘으로 제도를 거부한다면 구멍 난 국민의 상처는 더 깊고 넓게 파고들 것이다. 서로의 생각지점이 다를 때 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 지점을 좁혀 나가고 접점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거리를 좁혀 서운하지만 일정 부분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게 된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진지한 대화 한마디 없이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했다.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는 최후 보루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정부의 권한 있는 자 몇몇이 전 국민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실구명’은 보상과 배상만으로 치유될 수 없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금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절실히 요구하는 것은 억울하게 죽어간 자식들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한 「진실구명」의혹 해소이다.

정부 담당자는 그들 앞에 갔을 때 고함치고 분노한다고 그냥 돌아왔다. 대화가 없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유가족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 큰 슬픔을 ‘삼보일 배’, ‘108배’, ‘오체투지’ 등을 하며 견뎌내고 있다.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한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책임 있는 정부 담당자는 모든 권위와 우월감을 내려놓고 몇 번이든 찾아 갔어야 옳았다. 159명의 젊은이들이 그것도 백주 대낮에 ‘대통령’의 집무실과 가까운 서울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정부는 특별법이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면 ‘검찰’과 ‘경찰’이 조사한 내용을 유가족에게 보여주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

진실을 가리고 화해와 협상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거부된 법안을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재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진실을 통해서만이 소통을 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용서와 화해가 가능할 것이다.

‘한비대위원장’은 전국을 돌며 당원과 국민들의 수많은 의견을 들었을 것이다.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주변에서 일어나는 리스크들을 들었을 것이고, ‘대통령’과 대화도 나눴을 것이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대통령’이 믿지 못하면 결국 불화는 커질 것이고 얼마 가지 않아 뇌관은 터질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을 믿고 당은 당에 맡기고, 정부 일은 내각에 맡기면 각자 위치에서 일을 가볍게 잘 처리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믿지 못해 여러 일에 간섭하게 된다면 참모들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 조직 운영과 국정 운영은 다르다. 검찰 조직은 1개 부처 규모이지만, 국정은 ‘남과 북’ 7천만 국민을 염두에 두고 세계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 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여당 비대위원장은 당도 장악하고 때에 따라서는 야당과도 협력해 나가야 한다. 하물며 대통령실의 눈치까지 살펴야 한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정치는 ‘일방독주’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의 사천도 막야 내야 할 것이다. 물론 능력이 출중하고 명망 있는 인물로 국민 모두에게 칭송받는 인물이라면 몰라도 ‘대통령’과 ‘부인’의 측근이라고 또는 검사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증 안 된 인물을 사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갑진년’도 어느덧 2월로 접어들었다. 올해부터는 대통령의 입에서 분노, 격노, 큰소리가 나왔다는 말이 언론매체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불안 해 하기 때문이다.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나라’를 만들고 곧 ‘우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