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새롭게 태어나야 산다 안수형 | 시인 @sudokwon.com

2024년 09월 10일(화) 15:27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감독이 10년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에 섰지만 많은 축구팬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냈다. 상처로 얼룩진 축구의 구석구석을 치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일 것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끝으로 K리그에서 활약한 홍 감독은 국가대표직을 사양했지만 깜짝 임용에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홍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이 지난 5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세계 96위인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0대0 무승부를 이끌어내자 많은 축구 팬들은 실망이 한 때 최고조까지 올랐다.

24시간 훈련 후 경기에 나선 국가대표는 패스 엇박자와 슛팅에서도 잔 실수가 많았다. 물론 연습시간이 짧았다. 축구협회에서 사전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유럽파들과 국내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발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023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탈락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하고 5개월 동안 새로운 감독을 찾다가 지난 7월에야 바쁜 일정으로 이사회를 거쳐 홍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그러나 감독의 부재가 선수들의 합류를 늦추었고, 연습시간 또한 크게 부족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홍 감독은 울산 HD의 K리그 2연패를 이끌어 지역 주민과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의 연륜과 경륜은 물론 리더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탄탄한 실력 있는 지도자로 평가 받고 있다. 그래서 협회는 홍 감독 지명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승리로 이끌면 모든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국가대표팀 서포터즈인 ‘붉은악마’는 야유를 퍼붓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그라운드에 있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선수까지 나서서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팬들은 이에 응하지 않고 플래카드까지 걸고 야유를 계속 보냈다.

이날 경기는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에는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파와 국내에서도 인지도 높은 선수들이 대거 투입됐지만, 감독·선수·팬 3인 각색을 모두 한마음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팔레스타인 선수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들의 공격은 위력적이었고 대한민국의 골밑을 여러 번 흔들기도 했다. 이에 반해 우리팀 선수 손흥민과 이강인의 잇따른 결정 슛이 있었지만 빗나가 아쉬웠다. 추가 8분이 주어진 시간에도 골은 터지지 않았다. 팬들은 대한축구 협회 회장과 홍 명보 감독의 퇴진을 요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대한민국이 96위인 팔레스타인과 경기에서 무승부로 끝난 것은 졸전으로 치른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대한 축구협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협회와 감독을 비난하는 댓글이 강하게 쏟아지고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5천 개 이상의 부정적인 글들이 달렸다. 경기 후 이영표, 박지성, 이천수, 이동국 등 선수생활을 같이 했던 2002년 월드컵스타들도 홍 감독을 공개 비판했다.

안방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첫 경기에서 피파랭킹 96위인 팔레스타인과 득점 없이 비기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불안하게 치른 홍 감독은 “첫 경기에서 승리를 안겨주지 못해 죄송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경기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관중들의 야유에 대해서는 “그런 장면들이 쉽지는 않았다”며 “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홍 감독 자신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제 앞으로 남은 경기도 일정이 짧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축구’가 새롭게 태어나야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