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재개발 조합의 횡포 - 내 마음에 안 들면 모두 잘라! 조합핵심인사와 다른 목소리 낸 상근이사 해촉, 대의원 해임 서울/김종돈 기자 kimjd2020@naver.com |
| 2024년 10월 24일(목) 0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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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A 이사는 2000년대 초반에 해당 구역의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그 이후 강성 비대위 활동에 동참하면서 추진위원장과 대립해오다가 비대위와 추진위가 합의한 결과 추진위원이 되었다.
2010년대 중반, 주무관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 구역에서 그의 독주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독단적인 업무추진 방식이 널리 알려져왔다.
2018년 비상근이사에서 상근이사가 된 B 이사와 사사건건 갈등을 벌이던 A 이사는 마침내 조합장과 논의 끝에 2019년 중반 B 이사의 상근이사 지위를 해촉하고 비상근이사 지위로 돌려보는 데 성공했다. 그해 2019년 말에 열린 임원선출 및 정기총회에서 B 이사는 이사직에 재출마했으나 낙마했다.
같은 해에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공사예정가격(이하 ‘예가’) 책정과 단독시공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비상근이사 C씨는 예가를 낮게 책정해야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된다며 홍보에 앞장섰다. 조합은 이러한 C씨의 활동은 전혀 문제삼지 않았지만, 그해 가을에 모 건설사의 지원을 받아 비대위의 모임에 합류하자 C씨의 뒷배경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그가 일명 ‘재개발 브로커’라는 직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비상근이사로 적합하지 않다는 소문이 나돈 것이다. 그가 연말의 임원선출 총회에 조합장 후보로 출마할 거라는 관측이 조합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평가이다.
조합은 C이사로부터 결국 비상근이사직 사퇴서를 받아냈다. 그러나 2019년 말 총회에서 선출된 D 비상근이사는 건설산업관련 업계에 여전히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A이사의 측근이 되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아무런 문제 없이 비상근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에는 용역업체선정을 위한 입찰과정을 문제삼아 다수의 대의원들이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조합은 이사회, 대의원회를 거쳐 정기총회에서 이 대의원들을 모두 해임했다.
지난해 말에는 조합집행부 전원에 대한 해임총회가 발의되었다. 당시 조합은 해임총회를 추진하는 비대위의 활동에 감사 전원과 비상근이사가 동참했다는 점을 문제삼아 2024년 초에 열린 총회에서 해당 임원들을 모두 해임했다.
임원 및 대의원의 해촉 및 해임은 총회의 의결사항이다. 이 조합은 총회 날짜가 정해지면 오에스 홍보요원들을 채용한 뒤에 조합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퇴근한 뒤에 조합의 실세 임원 혼자서 모든 안건의 쟁점과 핵심내용을 홍보요원들에게 직접 브리핑하고 서면결의서 징구방법을 상세하게 교육한다고 알려져 있다.
조합원들은 홍보요원이 안건들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특정안건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낄 정도로 조합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도록 안내를 받는다고 증언한다.
문제는 조합이 임원 및 대의원, 또는 조합원의 지위 박탈 및 해임에 대해 도시정비법이 규정한 대로 총회에서 결의한다고 하더라도, 법원 판례들을 보면 조합이 조합원 자격을 강제로 박탈한 사례들이 모두 법원에서 번복되어 조합원 지위가 다시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임원의 해촉이나 해임은 임의성이 강하고 조합원들은 홍보요원들이 반강제로 전달하는 여론에 떠밀려 표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군다나 개인의 재산권 행사와 고유의사의 표현일 뿐, 의도적이고 지속적으로 조합원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끼쳤다는 점이 입증되기가 어렵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조합의 행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합이 조합원, 대의원, 임원의 지위를 박탈할 때에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 법원은 그러한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어떤 안건이나 이슈에 대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심지어 조합집행부를 해임하려는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더라도 각자의 재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는 조합원으로서 서로 타협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재개발의 사업성과 속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다. 또한 홍보요원들에 의해 조합원들의 의사가 심각하게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행으로 인해 조합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의 의결에 찬성하게 되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합원들로 구성된 전화홍보요원을 직접 고용해서 운영하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으며, 총회를 전자투표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하는 조합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다양한 민원과 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이 조합이 또 다시 일부 대의원 및 조합원들에 대한 해임과 고소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해임된 임원 및 대의원들이 가처분이나 소송을 낼 경우 법원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 속에, 조합이 똑같은 수법으로 조합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할 경우, 조합원들의 집중적인 민원으로 인해 재개발사업 자체가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당 구역의 모 조합원은 이렇게 말한다.
“조합집행부와 다른 의견을 낸다고 해서 이사나 대의원을 해임하고 자기랑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임원이나 대의원을 구성한다면, 조합원들의 마음에 안 들고 조합원과의 신의 관계를 깨버린 조합집행부 역시 해임되어야 마땅하다. 계약상 불법을 저질렀다고 이미 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은 조합이다. 독단적인 조합 운영과 홍보요원들의 불법적 행위로 인해 조합원들이 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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