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1,2호기, 수명연장을 위해 각종 현행법 위반 최신기술이 아닌 1979년에 만들어져 45년이나 지난 기준을 적용해 수명연장 시도 중대사고 기준은 누락하고 한수원 구미에 맞는 피해영향 평가서 첨부 주민의견수렴 절차도 무시해 원자력안전법과 연관 규정 모두 위반 지적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2024년 10월 24일(목) 14:45

[유한태 기자] 10월 24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서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고 있는 노후원전 계속운전 절차가 현행법령을 모두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국회의원(경남 김해시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은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수명이 만료되는 한빛 1,2호기를 추진하는 과정에 한수원이 원자력안전법과 방사성영향평가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내용을 꼼꼼하게 짚었다.

김정호 의원은 법령 위반 사례를 4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최신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38조 위반에 관한 내용이다. 해당 법령은 수명만료 원전을 계속 운전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관해 최신기술을 적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수원은 미국 NRC(원자력규제위원회) 환경표준심사지침인 NUREG을 쓰고 있는데 최신 규정은 1997년에 개정된 NUREG-1555지만, 45년이나 된 1979년의 NUREG-0555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NUREG-1555에 따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7등급 중대사고 기준을 써야하지만 이보다 훨씬 못미치는 설계기준사고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7등급 중대사고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Surry 원전의 경우 냉각재 상실 사고시 방출되는 방사선 유효선량이 8만~14만5천mSv 수준인데, 한빛 1,2호기는 30.3~33mSv로 평가해 0.004% 수준에 불과하다. 사고영향이 과소평가됐다는 의미다.

셋째, 주민의견수렴 절차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진술권이 묵살됐는데, 이는 원자력안전법 제103조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한빛 원전 비상대피구역 안에 위치한 함평, 고창, 영광, 부안군청 등에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제출했는데, 해당 지자체들이 내용 부실을 이유로 보완을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민보호대책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빠졌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수원은 초안에서는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김정호 의원은 “주민보호대책을 모르는데 주민들이 어떻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겠느냐”며 “이는 주민보호대책을 포함해야 한다는 방사선영향평가 규정 제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법령 위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빛원전 주민공청회를 강행하고 있다. 영광군의 한 지역주민은 “공청회가 물리적으로 2번 파행되면 주민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갈음한다는 법규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한수원의 일방통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호 의원은 “한수원은 선발주, 자의적 사전시공, 승인 전 설비교체 등 거의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한수원은 헌법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잊지말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수원은 작년에도 건설변경허가절차 전에 공사를 진행해 과징금 36억원을 받은 바 있고, 월성1호기 수명연장 때는 허가가 나지도 않았는데 설비를 교체해 법원으로부터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김정호 의원은 “원전 마피아라는 지적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초법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절차에 맞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에너지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한수원의 위법행위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결의로 특별감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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