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장봉도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다 조희동 | 국장 @sudokwon.com

2024년 10월 29일(화) 14:42

비바람이 몰아치는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앞 도로에 옹진군 장봉도 주민들이 2주째 살려달라고, 살겠다고, 살아보려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울부짖고 있다.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국제공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연간 수천만 명의 승객과 수백만 톤의 화물이 오가는 공항의 24시간 운영은 국가 경제와 물류에 중대한 기여를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항 인근 주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항공기 소음 문제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북도면 장봉도는 소음 피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주민들은 계속되는 소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며, 정부와 공항공사, 지방자치단체에 문제 해결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국내 유일하게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으로, 대한민국의 항공산업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24시간 운영 체계는 인근 주민들에게 남다른 피해를 주고 있다. 항공기가 새벽에도 빈번히 이착륙을 하기 때문에 밤낮없이 소음이 발생하며, 장봉도 주민들은 심각한 수면 방해를 경험하고 있다. 소음 대책 위원회는 이러한 공항 특수성에 맞춰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소음 피해 보상이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모든 공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인 피해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법 개정을 통해, 보다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보상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장봉도는 소음 문제뿐만 아니라 도로와 같은 인프라 부족 문제로 인해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 장봉도와 모도를 연결하는 연도교 건설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국비 지원이 300억 원으로 제한되어 이 사업의 진척이 더딘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북도면 소음 대책 위원회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해 국비를 추가 확보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고 국비 지원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정책과 예산의 기준을 뛰어넘는 일일 수 있지만, 인천공항과 같은 대규모 시설로 인해 발생하는 주민 피해를 고려한다면 특별히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는 당장의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제이며, 장기적인 국비 지원과 투자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은 지역구 의원 출신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공항공사 사장으로서 주민들이 처한 소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공론화하는 것에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지역 주민과의 대화는 단순한 상징적인 행보가 아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 사장의 역할은 단지 공항 운영을 넘어 공항 인근 주민들과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공항과 주민의 관계는 어느 한쪽이 희생되어서는 유지될 수 없는 관계이며, 이는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서 공항공사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현재의 소음 측정 방식은 시간 단위로 소음을 나누어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는 소음 피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낮 동안 발생하는 소음과 야간에 발생하는 소음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면서, 밤새 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피해는 온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장봉도 주민들은 밤새 이어지는 항공기 소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만성적인 피로와 건강 악화를 겪고 있다. 소음 대책 위원회는 야간 시간대에 특정 소음 수준 이상이 초과되는 것을 방지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이 마련되어야만 소음 피해가 단순한 수치가 아닌 주민들의 실제 고통을 반영할 수 있다.

인천공항은 현재 항공수입과 비 항공수입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는 싱글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싱글틸 방식은 공항이 항공 관련 수입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 항공수입을 통해 운영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공항 측에서 소음 피해 보상에 대한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음 대책 위원회는 듀얼틸 방식으로 운영하는 다른 공항의 사례를 참고하여 인천공항에서도 소음 피해 보상 기준을 현실적으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공항 운영의 이익만큼이나 피해 보상이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기 소음 피해로 오랜 시간 고통받아 온 장봉도 주민들에게 장봉도-모도 연도교 건설은 단순한 교통편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주민들에게 지역 간 이동성을 확보해 주고, 생활 편의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광역시는 연도교 건설 비용에 대한 협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최대한 신속하게 필요한 예산과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 연도교는 장봉도 주민들에게 삶의 질 개선과 더불어 지역 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주민들에게 연도교 건설은 교통 인프라의 확충을 넘어, 공항과 인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인천공항은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세계로 나아가는 창구다. 공항은 국가 경제와 관광, 물류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공항의 경제적 성과 이면에 숨겨진 주민들의 소음 피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주민들의 삶은 점차 피폐해지고 있다. 공항과 지역 사회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와 공항공사,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현실적인 보상과 인프라 확충을 통해 주민들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힘써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인 인천공항과 그 인근 지역 사회가 공존하는 길은,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책임 있는 행동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변화가 이뤄질 때, 공항과 지역이 진정한 상생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