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인천유나이티드FC의 쇄신 선언, 혁신인가 책임 회피인가? 조희동 | 국장 @sudokwon.com |
| 2024년 11월 26일(화) 16:29 |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인천유나이티드FC의 ‘비상 혁신위원회’ 구성을 통해 선수단의 전력 분석, 이적시장 대비, 운영방식 개편 등 구단 전반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하지만 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보면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원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됐으며, 최대혁 서강대학교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최대혁 교수는 운동생리학 분야의 권위자일지언정, 축구 구단 운영이나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구단 혁신을 이끌 적임자인지 의문이다. 또 다른 위원들도 축구 관련 전문성은 일부 보강됐지만, 행정적 경험에 치중된 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현장 중심의 변화보다는 행정적 개선에만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번 혁신위원회는 구단의 구조적 문제와 경영 실패의 책임을 분명히 묻기보다는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책임을 모호하게 만드는 기구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 단순히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실행안을 논의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팬들이 기대하는 변화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인천유나이티드FC는 2024년 K리그1 잔류에 실패하며 강등되는 위기를 맞았다. 이는 단순히 경기 결과나 선수단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구단의 운영 전반에 걸친 구조적 한계와 리더십 부재가 누적된 결과였다.
특히 구단의 강등 책임을 지고 사임한 전달수 전 대표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단이 명확한 장기적 비전 없이 단기적 목표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그럼에도 이번 쇄신안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
선수단의 전력 분석이나 이적시장 준비 등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기보다 이미 구단이 매 시즌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업무에 불과하다. 이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는 셈이다.
이번 쇄신안에서 주목할 점은 소통협의체의 구성이다. 협의체는 시의회 의원, 전직 구단 관계자, 서포터즈 대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함해 구단 운영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협의체 역시 구체적인 권한이나 실행력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형식적인 기구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전에도 유사한 기구들이 축구계에 등장했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사례는 적지 않다. 의견 수렴에 그치는 협의체는 구단 운영의 속도와 효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인천유나이티드FC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방향성을 제안한다.
첫째 현재 임시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구단은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다. 신뢰받는 대표를 조속히 선임하고, 그 대표가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구단 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성과에 따른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핵심이다.
셋째 단기적 목표에 치중하지 말고, 5년, 10년 후를 내다본 지속 가능한 운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행정이나 이론적 권위만으로는 구단의 실질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축구 현장에서 검증된 전문가들이 운영 및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단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의 지지와 신뢰다. 팬들과의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팬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인천유나이티드FC는 K리그1 복귀와 백년구단으로의 도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혁신 선언은 목표를 이루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보여주기식 혁신은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실패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혁신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된다. 팬들과 축구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적이고 강력한 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성찰과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가 인천유나이티드FC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
@sudokwon.com
<저작권자 ⓒ 수도권일보 (www.sudokwo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