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유원지 르네상스, 도시혁신의 기회인가, 공허한 약속인가? 조희동 | 국장 @sudokwon.com

2024년 12월 22일(일) 14:33

인천광역시가 야심 차게 발표한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은 오랫동안 방치된 송도유원지를 글로벌 복합문화 허브시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이 계획은 송도유원지의 과거 영광을 되살리고, 인천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계획 발표 이후 그 실현 가능성과 접근 방식에 대한 여러 비판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이번 마스터플랜은 송도유원지와 인천의 미래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송도유원지 개발 문제는 이미 수년간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이어져 왔다. 이번 마스터플랜 발표는 그동안의 지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전제였던 ㈜부영과의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점은 이 계획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는 ㈜부영이 보유한 테마파크 부지와 도시개발사업 부지를 분리하여, 공공성을 강화한 복합문화관광 중심지로 전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부영의 비협조와 사업성만을 강조한 태도로 인해 협상은 7개월 만에 실패로 끝났다. ㈜부영은 과거에도 환경오염 정화 명령 미이행과 사업 지연으로 비판받아 왔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시가 민간기업과 협상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은 리더십 부족을 드러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공공성과 사업성 간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결과로,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중요한 축을 잃게 되었다. 협상 실패 이후 시가 내놓은 대안은 ㈜부영의 28만 평 부지를 제외한 50만 평에서 도시기본계획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정안이 원래 비전과 목표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마스터플랜의 핵심 목표는 송도유원지를 글로벌 복합문화 허브시티로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 전략과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은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계획에 포함된 ▲스포츠 콤플렉스 ▲친환경 주거단지 ▲글로벌 문화허브 공간 ▲해변 친수공간 등은 각각 흥미로운 아이디어이지만, 기존 송도국제도시의 개발 계획과 본질적으로 얼마나 차별화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글로벌 문화 허브라는 비전을 위해 어떤 수준의 앵커시설(주요 투자시설)을 유치할 것인지,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높은 조성원가와 기존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한계로 인해 이번 개발이 도시계획적 접근으로 전환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단순히 법적·행정적 절차를 변경한 것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다. 혁신적인 도시개발이 되려면 구체적인 재정 전략과 투자 유치 방안이 필수적이지만, 발표된 내용에는 이러한 부분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송도유원지는 과거 인천 시민들에게 중요한 여가와 추억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번 마스터플랜은 송도유원지의 역사를 재조명하겠다는 의도를 밝혔음에도, 실제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는 불투명하다.
인천시는 송도유원지를 새롭게 개발해 원도심 기능을 보완하고, 송도국제도시의 역할을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실제로 지역 주민들의 기대와 필요에 부합하는지는 알 수 없다. 과거에도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민 참여 없이 진행된 사례는 많았으며, 결과적으로 공공성과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이번 계획이 시민 중심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책 발표를 넘어 지속적이고 투명한 주민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송도유원지의 재개발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청량산, 송도유원지, 송도워터프런트로 이어지는 녹지 축과 친수공간은 이번 마스터플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환경친화적인 개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송도유원지의 개발 과정에서 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계획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특히 ㈜부영의 테마파크 부지에서 발생한 토양오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적 문제를 간과한 채, 단순히 새로운 개발을 추진한다면 송도유원지의 자연적, 역사적 가치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송도유원지는 과거에도 여러 개발 계획이 발표되었지만, 대부분이 장기 지연되거나 실패로 끝났다. 이번 마스터플랜은 과거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보다는 선언적 목표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강조된 글로벌 복합문화 허브라는 비전은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단계적 목표와 성과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는 단순한 구호에 그칠 위험이 있다.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은 장기간 방치된 지역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인천을 국제도시로서 한 단계 도약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

민간기업과의 협상 실패를 넘어선 대안적 접근과 시의 리더십이 강화되어야 하고, 추상적 비전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행 계획 수립되어야 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투명하고 참여적인 계획이 운영됨과 동시에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철저한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인천시가 이번 계획을 통해 단순한 개발을 넘어, 진정으로 시민과 도시를 위한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