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의 ‘CRE 감염증 감소전략’ 실효성 있는 변화인가, 반복되는 미봉책인가? 조희동 | 국장 @sudokwon.com |
| 2025년 05월 25일(일) 14:22 |
하지만 이 대책이 과연 현장의 현실과 부합하며 실질적인 감염 억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되어온 감염병 대응 행정이 보여주기식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은 이번 정책에도 유효하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문제는 참여 의료기관의 규모와 범위다. 인천시는 종합병원 5곳, 요양병원 7곳 등 총 12개 기관을 중심으로 감염 대응 전략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천 내 의료기관은 수백 개에 달하고, 특히 감염에 취약한 노인 대상 소형 요양시설이나 의원급 의료기관 역시 무수히 많다.
즉, 이번 대책이 감염 확산의 주요 루트를 충분히 포괄하고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 의문이 제기된다. 고위험군 환자가 밀집된 종합병원만이 아닌, 실제로 방역 사각지대에 있는 작은 병원과 시설들까지 포괄할 수 있는 체계적 설계가 필요하다. 현재의 범위는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눈에 띄는 일부 병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인천시는 발표 자료에서 CRE 감염증의 연도별 증가 추이를 제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했다. 2023년에는 2,983건, 2024년에는 3,649건으로 전년 대비 22.3% 증가했고, 2025년 4월까지 이미 1,233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단순한 숫자에만 집중하는 접근 방식은 매우, 피상적이다.
감염병 대응 정책은 감염자 수 감소라는 정량적 목표보다, 감염이 반복되고 확산되는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병원 간 전파 경로, 간병인의 위생 상태, 병상 밀집도, 병원 간 연계 부재 등 복잡한 사회적·보건적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수치는 정책 홍보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현장의 근본 문제를 가리는 감염병 통제의 착시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요양병원 간병인 대상 감염관리 교육’ 역시 주요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감염병의 최일선에 있는 간병 인력의 현실은 교육 이전에 처우 개선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지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간병인은 대부분 비정규직 또는 외주 용역 인력으로 고용 안정성이 낮고, 노동 강도는 매우 높으며, 근무 환경은 감염 위험에 매우 취약하다. 그들이 감염관리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현장의 인력, 구조와 운영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감염 대응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병원 측의 감염관리 인력 역시 부족한 경우가 많아, 교육 내용을 현장에 적용하고 감독할 수 있는 여력조차 없는 상황에서 교육은 단지 ‘이수 실적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책 발표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민·관 협력이다. 그러나 협력은 단순한 회의나 포럼 개최로 완성되지 않는다. 인천시는 지난 4월 요양병원 감염관리 개선 대책 포럼을 열고 다양한 관계자와 의견을 나눴다고 했지만, 그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이 실제 전략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협력은 선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실천의 구조화여야 한다. 감염관리의 현장에 있는 간호사, 간병인, 감염관리 전문의들이 정책 기획 초기부터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이 제도화에 반영되어야 비로소 실효적 협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감염병 대응을 단기적 숫자 중심 성과사업으로 접근하는 행정 방식이다. CRE 감염증은 단순히 병원 내에서 관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요양체계, 간병 구조, 공공의료 시스템 전체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되는 고위험 감염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책은 여전히 시범사업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고, 실제로 인천 시민 개개인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의료 확충 계획이나 지역 감염 대응 네트워크 구축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선제적, 대응이지만, 실질적으론 미봉책에 가깝다.
CRE 감염증 감소전략은 의도 자체는 좋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성과주의 행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책이다. 감염병은 병원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감염병 대응은 수치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체계 구축이어야 한다.
지금 인천시에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전략이 아니라, 장기적인 감염관리 체계 개편이며, 이를 위해선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전문 인력 확보, 의료기관 전반의 위생 인프라 개선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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