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마주 앉는 HDC현산·금호…협의점 찾을까?

경제
‘동상이몽’ 마주 앉는 HDC현산·금호…협의점 찾을까?
HDC현산 ‘재실사 해야“ vs 금호 ”거래 종결 해야“
실무진 협의 중…12일 계약해지 통보 가능성 낮아
재실사 수용 여부에 달려…거부 시 소송전 불가피
  • 입력 : 2020. 08.11(화) 19:51
  • 김부삼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이 제안한 대표간 대면협상을 수용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사진은 1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주기장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이 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한 자리에 앉는다. HDC현산은 '재실사'를, 금호산업은 '거래종결'을 목표로 협상테이블에서 마주하기로 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11일 대표이사 간 대면협의와 관련해 현재 실무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금호에서는 서재환 대표이사가 참석할 예정이며, HDC현산에서는 권순호 대표이사와 정경구 대표이사 중 누가 참석할 지 정해지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이날을 HDC현산의 계약이행 마감일로 정했다. 앞서 지난 3일 산업은행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HDC현산이 11일까지 인수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12일부터 금호산업이 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 실무진이 대표이사 대면협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만큼 12일 금호산업이 계약해지를 통보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금호산업이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12일 이후 실제 계약해제 통지 여부는 이번 양사 CEO간 미팅 등 HDC현산과의 협의 진행상황에 따라 검토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노딜(No-Deal·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HDC현산과 금호가 염두하고 있는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재무제표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호는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국가에서의 기업결합신고가 끝난 만큼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요건이 충족됐다는 주장이다.
지난 9일 HDC현산은 금호가 지난 7일 요구한 대면협의에 대한 수락 입장을 표명할 때 "재실사가 전제된 만남을 갖자"면서 역제안을 했고, 금호산업은 HDC현산의 역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하면서도 재실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실무진 차원에서 협의 일정을 조율하는 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DC현산이 요구하는 것처럼 재실사가 전제된 만남을 갖게 될 경우 거래 종결을 위한 조건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인수 종결시점을 앞당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재실사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협상을 통해 재실사 범위와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방향으로 일말의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HDC현산은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대한 재실사를 제안한 바 있다.
만약 금호산업이 어떤 형태의 재실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협상은 결렬될 여지가 크다. HDC현산이 여전히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호가 대면협의 자리에서 재실사에 대한 최종 거부 의사를 나타낼 경우 이 자리가 계약해제 통지에 앞서 HDC현산의 의견을 묻는 마지막 자리가 될 수 있다.
만약 대면협의가 '노딜'로 끝날 경우 25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둘러싼 소송전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을 2조5000억원에 인수 한다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대금의 10%를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금호산업은 계약 무산을 염두에 두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선례도 있다. 2008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가 포기한 사건이 있다. 한화그룹은 8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산업은행으로부터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절반 이상인 1951억원을 돌려받았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사례와 다른 점은 HDC현산이 현장실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화는 노조의 반대로 대우조선해양 현장실사 기한을 넘겼고, 실사도 못 해보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쟁점은 계약해제에 대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가다. 일각에서 HDC현산이 재실사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소송을 대비한 '명분쌓기'라고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했지만, 금호와 채권단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과 금호산업은 그간 보도자료 등을 통해 감정적인 모습도 드러냈었지만 장고 끝에 HDC현산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흑자전환 등 고려할 사항들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