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비혼출산’ 꿈꾸는데 정책은 ‘전통적 가족’ 고집

사회
2030 ‘비혼출산’ 꿈꾸는데 정책은 ‘전통적 가족’ 고집

30대 여성 38% “결혼 안 해도 자녀 가질 수 있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 아닌 일” 많아져
정책은 '결혼 후 낳으면' 또는 ‘낳은 후 빈곤하면’
“개인의 생존과 삶에 균형 맞춰 정책 틀 바꿔야”
  • 입력 : 2020. 11.21(토) 08:12
  • 김부삼 기자
▲KBS 9뉴스에 공개된 방송인 사유리와 아들 (사진 = KBS)
일본인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일본 정자은행을 통해 비혼 출산을 결행하면서 가족의 형태는 혼인으로 결합된 남녀와 그 자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한번 환기시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사회는 여전히 법적·제도적으로 전통적 개념의 가족이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부모 지원 정책의 경우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던 구시대적 관점에 머물러 있어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기를 원하는 2030세대 현실과 정부 정책 간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만큼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2일 통계청이 우리나라 13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답변은 30.7%로 나타나 2년 전보다 0.4% 포인트 증가했다. 이 비율은 2012년 22.4%, 2014년 22.5%, 2016년 24.2%, 2018년 30.3%, 2020년 30.7%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특히 20대와 30대 청년세대에서는 비혼 출산에 동의하는 비중이 크고, 증가 폭도 더 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KWDI) 김은지 가족저출산연구센터장 등이 2008~2018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에 동의한 30대 여성은 38.1%, 남성은 38.4%로 평균 30.3%보다 많다.
30대 여성의 경우 2016년 29.8%이 동의했으며 2018년 38.1%로 8.3%p 늘었다. 남성도 같은 기간 35.1%에서 38.4%로 증가했다. 20대도 여성이 2016년 28.9%에서 2018년 34.4%로, 남성은 34.8%에서 38.8%로 비혼 출산에 동의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처럼 2030세대 여성들이 비혼 출산에 동의하는 배경에는 결혼과 출산 자체보다는 일과 개인적인 삶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은지 센터장이 지난달 31일 낸 KWDI 이슈페이퍼 '청년세대 생애전망에서의 남녀 차이,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을 보면 청년기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업으로 2030 남성(35.9%)과 여성(36.2%) 모두 '일'을 꼽았다.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가 '경제적 상황'(71.0%), 원하는 일(67.2%), 원하는 삶(64.4%)을 유지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김 센터장은 "기존과 같은 가족제도가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고,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바람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제도화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배우자 부양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 독박육아는 청년 여성들이 택할 수 없는 선택지"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사유리씨처럼 비혼 상태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공 임신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공적으로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양육비, 부양·가사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정부의 한부모 지원 제도는 '출산 이후' 경제적 곤란을 겪는 사각지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산 이전부터 혼자 임신, 출산할 권리를 고민하는 여성들은 법 테두리 밖이다.
예를 들면 현행 법령상 소득수준을 따져 지원하도록 돼 있다. 성인은 올해 기준으로 월 소득이 155만5830원(중위소득 52%) 이하여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미혼모 등 한부모 가족 지원대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곤란을 겪는 등 열악한 상황에 놓인 사례를 중심으로 양육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고교 배정시 실거주지 확인을 위한 부모의 혼인, 별거 상태를 묻지 않도록 하거나, 자녀가 친부의 성(姓)과 본을 따르도록 규정한 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있으나 중장기 검토 과제로 미룬 상태다.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도 현행법상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다. 여가부 김권영 가족정책관(국장)은 "정상가족을 떠나서 한부모·다문화처럼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는 포용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한부모 가족의 지원 가능 범위를 늘려보려 하지만 소득 기준으로 정해지는 사회보장체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학자 권수현 박사는 "사유리씨가 혼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물질적 기반이 되고 삶의 결정을 지지하고 함께 지켜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듯이 청년여성들에게 풍요로운 생태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개인 단위의 생존과 삶에 균형을 맞춰서 정책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 노동시간을 단축해 양육시간을 확보하거나 양육비용의 보편적 확대, 주거 지원 패러다임(틀) 전환 등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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