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단일화 목표로 삼은 후보 등록일(18~19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모두 지지율을 마지막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수싸움에 골몰 중이다.
게다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한 후 야권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보궐선거 상황에도 변수가 추가됐다. 윤 전 총장의 행보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서울시장 후보들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안 대표와 오 전 시장은 윤 전 총장의 사퇴를 언급하며 간접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2016년 초 서울에서 만난 적이 있다"는 인연을 강조하며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이 넘어야 할 것이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이니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 윤 전 총장이 대구지청에 좌천돼있을 때였던 것 같다. 어쨌든 검사 생활 중 가장 어려웠을 때 서울에서 만났다"며 "여러 가지 고민들을 나누고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안 대표는 "야권의 정권교체에 도움 되는 역할, 더 가깝게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야권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보다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오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 "윤 전 총장과 직접은 아니지만 모종의 의사소통이 시작됐다"며 "단일화 이후에 얼마든지 서로 만나볼 수도 있고 협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전 총장과 앞으로 아마 함께 뜻을 모아 할 일이 참 많을 것"이라며 "그분의 정치 행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3~4월 중에는 특별한 메시지를 내거나 행동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법조계 인사는 "(윤 전 총장이) 3~4월은 특별히 움직이지 않고 생각을 정리할 계획으로 안다"며 "따로 홍보할 내용이 없고 소통 담당자를 둘 필요성도 느끼지 않고 있다. 달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이라든지 홍보활동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4월 초 보궐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직전 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직간접적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움직임이 여권의 혼란을 딛고 야권으로 주목을 쏠리게 하며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재난지원금과 가덕도 신공항 이슈를 한 번에 덮어버리지 않았나. 당연히 야당에 유리하게 된 것이다. 그런 걸 통해서 윤 전 총장은 사실 이미 정치를 시작한 것과 다름없다"며 "지지율을 유지하는 건 이제 본인 하기에 달렸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입장에서 야권의 리더십으로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섣불리 정치 행보에 나서는 게 좋지 않다고 보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검찰 개혁을 화두로 사표를 냈는데 바로 정치에 나서면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다. 또 선거 결과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도 달라질텐데 괜히 개입했다가 결과가 안 좋으면 시작도 전에 리더십에 상처가 생기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어 "보수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질 경우 전면적 야당 재편 국면이 펼쳐질 것이고 여기서 윤 전 총장 역할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이유들로 아마 당장 정치 행보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