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여론 압박에 절차 건너뛰고 ‘주식 매도’ 막나?

경제
국민연금, 여론 압박에 절차 건너뛰고 ‘주식 매도’ 막나?
9일 국내주식 매도 줄이는 리밸런싱안 심의 예정
당초 투정위→실평위 거치기로 했으나 원안 상정
“투자자 여론 지나치게 의식해 정책결정 하는 것”
  • 입력 : 2021. 04.07(수) 22:51
  • /김부삼 기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4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국내주식 과매도 규탄'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오는 9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국내주식 매도세를 줄이기 위한 논의를 재개한다. '동학개미' 압박에 기존에 제시한 재논의 절차를 건너뛰고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를 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보건복지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9일 국민연금 기금위는 회의를 열고 국내주식 보유비중 규칙(리밸런싱)을 논의한다. 당초 계획에 없던 기금위 회의가 예고 없이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위는 앞서 지난달 26일 국내주식 리밸런싱 체계 검토안을 논의했으나 확정 짓지 못하고 이달 말 기금위 회의로 미뤘다. 기금위 위원 다수가 '기금운용과 관련한 중대한 안건인 만큼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리밸런싱 조정 안건을 투자정책전문위원회(투정위), 실무평가위원회(실평위) 등을 거쳐 기금위에 재상정하기로 했으나 그대로 기금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기금위 회의를 앞당기면서 투정위나 실평위를 거치지 않고 원안대로 심의되는 셈이다.
이형훈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지난달 26일 기금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시장정보, 상황, 운영경과에 대해 판단하기 위한 데이터 요청이 있었다"며 "이를 마련해 다시 TF(태스크포스) 논의, 투정위, 실평위 논의를 통하는 절차를 가지고 있어 재논의 절차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기금위원들이 추가 논의를 위해 국내주식 전략적자산배분(SAA) 이탈 허용범위 조정으로 인한 시장 영향, 적절한 시행 시기 등을 산하 전문위원회를 통해 구체화된 데이터를 요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급작스럽게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기금위를 월말에서 월초로 앞당긴 것은 여론의 압박을 의식한 탓으로 해석된다. 그간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도세가 격화해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연기금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5~16일을 제외하고 매일 '매도 랠리'를 펼치며 약 16조원을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 연합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은 지난달 4일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원칙인 수익성과 공공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며 "최근의 '매도 폭탄'은 이중 공공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전북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차, 2차 기금위의 기금운용현황 보고 과정에서 현행 목표비중 유지규칙의 검토 필요성이 제기됐고 리밸런싱 안건이 상정됐다. 안건은 SAA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p에서 ±3%p나 ±3.5%p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신 전술적자산배분(TAA) 이탈 허용범위는 기존 ±3%p에서 ±2%p나 ±1.5%p로 줄어든다.
전략적 자산배분 목표비중의 이탈 허용범위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매도되는 금액이 줄어들면서 기금운용본부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매매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다만 전략과 전술적 이탈 허용범위를 합한 ±5%p는 기존대로 유지될 전망이므로 국내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론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이탈) 밴드를 넓힐 수 있으나 일부 투자자들을 의식해 정책 결정을 내린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을 지금과 같이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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