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도로로 사용했던 곳을 한 소방공무원이 자신의 땅이라며 출입을 못하도록 갑자기 막아버려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최근 소방관들의 화재현장 희생으로 애틋한 국민적 감정이 봇물을 이룬 가운데 한편에서는 소방관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민불편을 외면해 원성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경기 고양시의 지역 주민들과 소방관에 따르면 문제의 관습도로는 덕양구 내곡동 대곡역 인근의 농지로 파주소방서 한 간부로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의 소유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사용하던 도로를 1주일 전쯤 A씨가 갑자기 막아버린 바람에 자택을 출입하거나 농사일을 위해서 한참을 우회해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A씨의 토지가 유일한 도로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길목 건너에는 빌라와 단독주택 등 수백세대에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A씨는 지목 상 ‘답’인 이 토지를 2012년 11월 매입했다. A씨는 매입한 이후에도 도로로 사용됐던 이 토지에 대해 자신의 소유를 주장하거나 농사를 짓는 등의 조치 없이 그대로 방치했다.
이에 주민들도 소유자가 바뀐 것에 관심 없이 오랜 기간 사용했던 것처럼 도로로 인식하고 출입해왔다.
그러다 1주일 전쯤 갑자기 도로가 폐쇄됐고 그 이유를 전해들은 일부 주민들은 ‘명색이 간부 소방공무원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분노하고 있다.
주민 B씨는“말을 들어보니 동네에 빌라를 지으려는 시행사측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수십 년 동안 사용했던 도로를 막아버린 것”이라며“주민들이 오랫동안 사용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막아 버린 것은 공직자로서 품위도 망각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행사측 관계자는 “빌라를 짓기 위한 도로 사용을 위해 A씨와 접촉했지만 요구가 많아 협의를 포기하고 단독주택을 짓는 것으로 전환한 상태”라며“그 땅을 막는 것은 자신의 뜻대로 안되니 우리를 골탕 먹이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토지를 매입하기 이전에는 도로로 사용하지 않았고 자신이 매입한 이후 지인의 부탁으로 잠시 도로로 사용하도록 한 것 이라면서 반박하고 있다.
A씨는“친구의 집에 진입로가 없다 해서 사용하도록 해 준 것”이라며“친구의 집도 허물어지고 공사차량이 다닌다 해서 그렇게 하면 안 되지 하고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을 짓는다는 측과는 관여한 것도 없고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데 도로가 아님에도 다니니까 그런 것이 싫어서 막은 것”이라며“공무원 신분과 개인사유의 땅과는 다른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를 통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일인 1972년 8월25일자 전자관보와 항공사진 등을 참고한 결과 이 토지는 수십 년 동안 관습도로로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편 이 지역은 정부의 부동산 개발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대곡지구’로 거론되는 곳으로 개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토지가격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 때문에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곳곳에는 다세대 주택 등이 들어서고 있으며 토지 사용문제 등 이해관계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고양/허윤기자 hu1103@sudokwon.com 고양/허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