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의 대체격인 빌라(연립·다세대)가 대거 들어선 서울 강서·도봉·금천구에서 '깡통주택'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깡통주택은 매매가격보다 전세보증금이 높거나 비슷한 수준의 집을 말한다. 깡통주택은 집값이 하락하면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줄어들고, 빌라 특성상 매매가 어려울 수 있어 임대차 계약 만기 이후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18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지어진 서울 신축 빌라의 상반기 전세 거래는 총 2752건이었다.

이 중 739건(26.9%)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 9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은 경우도 19.8%(544건)에 달했다.

깡통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서구다. 전세 351건 중 290건(82.6%)이 전세가율 9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100가구 중 82가구가 깡통주택인 셈이다.

특히 화곡동이 252건으로 강서구 깡통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화곡동은 인근 목동, 마곡동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데다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과 서울 지하철 2·5호선 까치산역을 이용할 수 있어 주거 수요가 많은 동네다.

이어 도봉구는 40건 중 전세가율 90%를 넘는 전세가 22건(55%)으로 나타났다. 금천구는 121건 중 62건으로, 깡통주택 비율이 51.2%에 달했다.

은평구는 134건 중 57건(42.5%)이 깡통주택으로, 역촌동과 갈현동을 중심으로 전세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

강북구와 서대문·종로구의 경우 신축 빌라 전세가 각각 14건, 9건, 6건으로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절반 이상이 깡통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천구(48.7%)와 관악구(34.5%), 구로구(29%) 등도 깡통주택 비중이 10건 중 3~5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건설 사업자의 마케팅 전략과 빌라 특성 때문에 신축 빌라에서 깡통주택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빌라 건설 사업자는 준공 이후 집주인보다 세입자를 먼저 구하는 경우가 많다. 제값을 다 주고 빌라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세입자를 먼저 입주시키면 매수자를 찾기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보태면 매수자가 최소한의 자기자본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빌라 시장에서 이 같은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다방 관계자는 "전세 수급 불균형과 시세 급등으로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깡통주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빌라의 경우 아파트만큼 매매가 쉽지 않고, 시세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떼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