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역외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의 이름으로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탈루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도서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는게 적절하느냐는 지적이다.

김 회장이 서울시립도서관 건립에 사용해달라고 300억원을 기부했는데, 서울시는 이 기부금의 출처가 역외 탈세 여부와 무관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MBK 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지난 6일 서울시립도서관 건립에 사용해달라며 사재를 출연해 300억원을 기부했다. 이에 서울시 예산으로 건립될 예정이던 서울시립도서관이 김 회장의 기부금 전액으로 지어지게 됐다.

시는 도서관 건립과 운영에 대한 기부가 활발한 해외 사례처럼 첫 기부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도서관 이름을 '서울시립 김병주 도서관'으로 명명하기로 했다. 기부자의 뜻을 존중해 서울시민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의 중심 공간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도 세웠다.

문제는 김 회장이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미국 시민권자인 김 회장이 1000억원에 달하는 매각 성과 보수를 받고도 신고를 누락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회장과 MBK 측은 김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과세권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여부와 별개로 '김병주도서관' 설립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개인 사재로 기부한 개인 돈이다. 탈세하고는 별개다. 그쪽에서 저희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저희의 세금을 탈루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부자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관 건립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울시에서 기부자의 이름으로 도서관을 짓는 첫 사례인 만큼 부정적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역외탈세 혐의가 적발될 경우 '돈만 내면 범죄자의 이름도 도서관을 지어준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될 수도 있다.

시 관계자는 "세금을 탈루한 돈으로 기부했다고 판명되면 기부금을 받으면 안 되지만 지금은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모든 것이 결정된 후에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지금은 그냥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BK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 개인이 아니라 MBK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이기 때문에 개인 기부와는 무관하다"며 "MBK는 개인, 회사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