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개회식 의사봉 두드리는 박병석 국회 박병석 국회의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박병석 국회의장은 1일 내년 대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 개의를 맞아 "비상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가 결코 대선의 전초전이 돼서는 안 된다. 정기국회가 대권 경쟁의 여파로 국론 분열의 증폭기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며 여야에 상호존중의 정치를 당부했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1회 정기국회 개회식 개회사에서 "여야의 대선후보가 정기국회 기간 중 가려질 것이다. 국민들은 국회가 대선 전초기지로 각 정당의 첨예한 격전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켜 국민통합을 어렵게 하는 정쟁의 장이 될까 우려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장은 "비록 대선이라는 중대 사안을 앞두고 있지만 국민은 여야가 민생 협치를 통해 위기에 빠진 국민에게 든든한 다리를 놓아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며 "정쟁과 분열의 길을 택하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위기가 너무나 심각하고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눈앞의 이해에 매달리는 '작은 정치',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여야가 함께 개척하는 '큰 정치', '통합의 정치'를 한번 해보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당과 야당에 각각 포용력과 초당적 협력을 주문하면서 "제1야당은 총선결과로 나타난 여당의 180석을 존중해야 한다. 여당은 제1야당이 총선에서 득표한 41%의 득표율을 존중해야 한다"며 "비교섭단체와 무소속 의원들도 모두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은 국민의 대표들이다. 이 토대 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진정한 민주정치를 부활시키자"고 말했다.

박 의장은 "결코 대선 전초전이나 대리전을 치르는 품격 없는 국회가 되지 말자"고 거듭 촉구하면서 "우리 국민 모두의 민생경제회복, 모든 국민의 안전, 모든 국민의 희망, 다시 말해 민생경제, 국민안전, 민생 미래를 위한 '삼민(三民)국회'를 만들어 가자"고 촉구했다.

정기국회 본연의 임무인 예산·법안 심사와 관련해서는 "내년 예산은 새 정부 임기 첫해에 사용될 예산이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을 위한 '중립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며 "예산도 제때에 쓰여야 약효가 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꼼꼼히 따지되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법정시한 내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자"고 주문했다.

또 "법안심사는 균형 있게 하자. 국민의 생업과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법안이 되레 국민의 자유에 부담을 줘선 안 되겠다"며 "새로운 법안이 규제의 담장을 더 높이 쌓는 일이 없는지 전후좌우를 면밀히 살펴보자"고 당부했다.

최대 쟁점인 언론중재법과 관련해서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라는 난제를 앞에 놓고 한발씩 양보해 협치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며 "의회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이다. '민주주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쌍방통행이다'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떠올린다"면서 여야에 협치를 강조했다.

아울러 박 의장은 여야가 합의한 정치개혁특위, 코로나극복민생특위, 부동산대책특위, 글로벌백신허브특위 등 4개 특위의 조속한 출범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설계예산의 올해 집행 준비도 당부했다.

박 의장은 개헌과 관련해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선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는 혁파돼야 한다. 대통령과 의회 간 상호견제 시스템도 갖춰야 하고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도 해소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반드시 헌법과 선거법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뜻깊은 첫 발을 떼어달라"고 요청했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