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2017년 12월 ‘방송작가 표준 집필계약서’를 만들고 시행한지 3년이 더 지났지만, 방송 현장에서 사용되는 표준계약서가 다양한 방송작가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필요한 보호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일방적인 계약 종료 등 불이익의 근거가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문체부에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놓기만 하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등 사후조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로부터 문체부 표준계약서 사용 위반 사례를 제보받은 자료에 따르면 KBS, MBC, TBS 등 주요 방송사에서 여전히 표준계약서가 작가들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표준계약서가 사실상 드라마 작가 위주로 마련되어 비드라마 방송구성작가들의 노동 현실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현재 비드라마 방송구성작가들의 경우 아이템 서치, 자료조사, 섭외, 촬영 세팅, 촬영 구성, 편집 구성, 원고 작성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현 표준계약서는 전혀 포괄하고 못하고 있다. 계약서에서 방송작가의 업무영역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방송사가 시키는 일이 곧 방송작가의 업무’가 되어 온갖 잡무에 내몰리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져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작가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MBC의 경우 표준계약서에 ‘회당 원고료’ 항목밖에 없어 계약서대로라면 원고만 작성해서 넘기면 되지만 실제로는 기획, 섭외는 물론 온갖 일을 작가들이 떠맡고 있다. 다른 방송사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TBS의 경우 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이 ‘개편일까지’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이는 방송사마다 개편이 임의로 진행되는 만큼 노동기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일방적인 부당해고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문체부에서 ‘잘못된 계약’으로 지적하고 있음에도 공영방송인 TBS가 버젓이 잘못된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신문고’ 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표준계약서를 위반한 TBS의 경우 해당 사건의 당사자가 지난 7월에 신고를 넣었는데도 10월 현재 TBS에 출석조사 발부도 이루어지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예술인 신문고는 신고 처리 기한이 없고 당사자가 직접 신고를 해야 하며 신고를 통한 문제제기를 할 경우 신고자 개인의 정보와 소속, 사업장에서 일했던 자료 등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성으로 실제 사건에 비해 신고율이 낮은 것으로 파악되는 등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의원은 “문체부는 표준계약서를 만들기만 할 게 아니라 현장에 맞게 개선하고 제대로 적용되도록 계속적인 사후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예술인신문고 역시 방송작가들을 비롯한 예술인들이 어느때고 두드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0월 7일 열리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술인복지재단 등 13개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에서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위원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하고 방송작가 계약서 및 문체부 표준계약서 제도와 예술인 신문고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