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허윤기자] 재임 중 직무관련사업자와 수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와 징계처분을 받았던 한 기술직퇴직공무원을 경기 고양시가 도시계획위원 등으로 위촉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시와 지역 언론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술직서기관(4급)으로 퇴직했던 S씨가 지난 1월 2년 임기의 시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이나 토지용도변경을 심의하는 등 시의 대규모 개발행위를 관할하는 권한을 가진 위원회로 공정성과 객관성이 중요하다.

S씨는 퇴임 전 이 같이 시의 전반적인 도시계획과 교통정책을 관장하는 업무의 사실상 수장으로서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당연직을 맡기도 했다.

따라서 위원회 당연직이었던 공무원이 퇴임 8개월여 만에 곧바로 위촉된 것도 이례적인데다 S씨가 현재 연관 업체에 재직 중인 사실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공무원 재임 시 비위행위 때문에 더욱 말썽이다. S씨는 2019년 7월 감사원 감사에서 시와 수의계약을 맺은 기업대표 등과 수년 동안 9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이 적발돼 같은 해 12월 중징계(정직)처분을 요구받았다.

이와 관련해 S씨는 뇌물혐의 등으로 경찰수사도 진행됐고 수사결과 ‘혐의 없음’ 으로 종결되면서 징계수위도 낮아져 결국 경징계로 마무리됐다.

S씨는 경찰조사가 늦어지면서 통상적인 명예퇴직시기인 2020년 6월말을 넘기고 1년 후인 지난해 6월말 일반 퇴직했다.

당시 이런 과정 속에서도 공직사회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2019년 7월1일 감사원 감사 시작부터 S씨의 비위행위가 불거져 시 안팎이 시끄러웠는데도 같은 해 7월 인사에서 이재준 시장은 다른 경쟁자들을 도외시하고 S씨를 오히려 요직에 중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S씨는 이후 경찰조사 결과를 통보받고 앞당겨 퇴직할 수 있었는데도 1년을 다 채우면서 같은 직렬 후배들에게 ‘배려 심 없는 선배’라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S씨의 위촉에 한때 동료였던 일부 공무원들의 심정도 편하지 않다. 전·현직 공무원 등은 이번 위원 위촉에 이시장의 복심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원회는 관련 전문가들로 석·박사학위소지자나 교수, 현업종사자 등으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데 시장이 장악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위원구성에 상당한 관심과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시민단체도 S씨의 위촉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4일 고양시민회는 ‘비위공무원 출신 도시계획위원을 즉각 해촉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시 개발 인허가 특별 조례에 따라 개발 변경인허가 신청에 대해서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정도로 개발행위에 있어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며‘위원회 운영이 전문성과 객관성 확보가 중요함에도 징계를 받은 공무원을 선정하는 것은 큰 문제임과 동시에 사기업 임원으로서 향후 위원회 운영과 심의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전직 공무원 A씨도 “자격이야 문제될 만한 것은 없을 것이지만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직자가 들어간 경우는 거의 없다”며“경험상으로 보면 시장의 입김이 작용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은 선정위원회의 심사로 공정하게 이뤄진 것으로 어떤 특혜도 없었다”며“시장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고양/허윤기자 hu1103@sudokwon.com 고양/허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