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이재명계인 박홍근 의원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이재명 상임고문이 조기 등판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명계가 대선 패배에도 결집력을 유지한데다 원내 교섭을 지휘하는 원내대표를 거머쥐면서 문재인 정부 말기와 윤석열 정부 초기 이재명 상임고문이 대선에서 내놓은 의제들을 협상의 장에 올려둘 수 있게 됐다.
이재명 상임고문의 의제가 사장되지 않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생명력을 유지하면 조기 등판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6월 지방선거부터 8월 전당대회 출마, 2024년 총선 출마까지 다양한 설이 오가고 있다. 휴지기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물론 전당대회 출마 등을 통해 정치적 세력을 유지해야 사법 리스크 대응 등에 유리하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 교섭은 물론 윤호중 비대위장과 함께 대선 패배 후유증 수습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쇄신 작업 등 당 재건에도 일정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비대위원장은 선출 과정의 공론화 부재 등으로 추진력에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박 원내대표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6기 의장 대행 출신으로 86그룹 막내 격인 인물이다. 그는 박원순계 핵심으로 꼽혔지만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이재명 상임고문의 경선 캠프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박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된 것은 당 다수인 86그룹 일원이란 장점에 이해찬계 친문인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이낙연계 친문인 박광온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게 되면 '친문당'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당내 부담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의 당선에는 이재명계는 물론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처럼회 등 강성 초선 의원들도 일조한 것으로 분석도 나온다. 1차 투표에서 친조국 성향 열린민주당 출신 최강욱 의원을 지지했던 표심이 '강한 민주당'을 주장한 박 의원에게 옮겨갔다는 해석이다.
기존 이재명계에 이해찬계 친문과 박원순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계, 처럼회, 86그룹 모임인 더좋은미래 등이 대선 과정에서 합류하면서 형성된 신(新)이재명계가 대선 패배에도 결집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상임고문은 박 원내대표가 선출된 직후인 전날 오후 전화를 걸어 축하와 격려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상임고문은 박 원내대표에게 잘할 것으로 믿는다고 독려했고 박 원내대표는 당이 중심을 잡고 잘 하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이낙연계 친문 등 비(非)이재명계도 여전히 주요 세력으로 남아있다. 박광온 의원은 결선투표까지 선전했고 박 원내대표와 표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비이재명계의 행보는 이재명 상임고문 조기 등판의 내부 변수가 될 수 있다.
외부 변수인 사법 리스크도 남아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 취임 이전 이재명 상임고문은 물론 윤석열 당선인까지 아우르는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