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9월19일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담 기념 메달과 북미정상회담 기념주화를 선물하고 있다.

[유한태 기자] 북한이 지난 20~21일 이뤄진 남북 정상 친서 교류를 공개했다. 이번 친서 교류는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인사 차원에 이뤄진 것인데, 일각에선 차기 정부에 대한 메시지 성격도 담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 보낸 친서에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화답했다고 밝혔다. 친서를 통해 '따뜻한 안부 인사'를 나눴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최근 친서 교환을 통해 지난 5년을 회고하면서 상호 신뢰와 대화 속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친서는 문 대통령 재임 기간 남북 관계를 평가하고 미래의 긍정적 부분을 조명하는 내용으로 오갔던 것으로 보인다. 임기 종료를 앞둔 문 대통령에 대한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도 관측된다.
청와대와 북한 매체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의 한반도 평화, 남북 협력 노력을 평가했으며 차기 정부에서도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 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을 친서에 담았다.
또 판문점과 평양에서 있었던 공동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통일의 밑거름이 돼야 하며, 퇴임 후에도 언제 어디서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음을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 대의를 위해 마음 써 온 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에 대해 높이 평가했으며,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아울러 지금 와서 보면 아쉬운 것들이 많지만 여지껏 기울여 온 노력을 바탕으로 계속 진함 없이 정성을 쏟아 나간다면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변함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친서 교류는 북한 측에서 먼저 즉시 공개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남북 정상 친서 교환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해 7월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배경으로 언급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의 이번 친서 교류 사실 공개, 친서 내 내용을 두고서는 견해가 분분하다. 북한 매체의 "북남 수뇌분들의 친서 교환은 깊은 신뢰심의 표시로 된다"는 등 긍정적 표현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차기 정부를 향한 일종의 메시지 성격이 담겼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친서 내용에 대해 "문 대통령이 아니라 새 정부에서 듣길 바라는 내용도 제법 있다고 판단된다"고 평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을 수용하는 관여 정책을 지속한 문재인 정부에 마지막 순간 선의를 표방해 향후 윤석열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시도할 경우 차별화하려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자신들이 평화 애호 세력임을 부각하고 평화 세력과는 연대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협조하지 않겠다는 새 정부를 겨냥한 간접적 메시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친서 교류가 문 대통령 퇴임 전 상호 교류 성격이며, 큰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방향의 시선도 있다. 신뢰 표현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 적용된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남북 관계 경색에도 두 정상 사이 개인적 신뢰 관계를 재확인한 것"이라면서도 "이전 사례를 보면 친서 교환이 남북 관계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더라도 친서 교환을 통해 정상 간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은 최악의 충돌을 막는 완충 장치로서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