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태 기자] ‘일하는 도지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후보가 23일 강원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후보자 TV토론회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추진 성과’ ‘지방소멸 위기 대안’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주제에서 김진태 후보를 압도하며 ‘준비된 도지사’의 면모를 보였다.

“강원의 아들 이광재”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후보는 ▲춘천·원주·강릉의 구도심 ▲재래식화장실을 쓰고 도시가스가 없는 지역 ▲춘천시 약사동 후평동 등을 거론하며 “도와 시가 함께 나서서 재개발·재건축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65세 이상 어르신 무료버스 ▲야간자율학습 이후 학생들 안심귀가 ▲교통체제 변경 ▲폐광지역 공공병원 설립 등을 약속했다.

‘지방소멸 위기’ 관련 질문에도 그는 “원인은 일자리, 교육, 병원”이라며 ▲10대 대기업과 도내기업, 대학이 연계된 일자리 창출(20~30대) ▲‘돈의 물꼬’를 교육·보육·돌봄에 투자해 명문고·민사고·국제고 설립(10~19세) ▲평창 서울대병원 설립에 따른 1700세대 유입과 폐교 대학부지를 활용해 워케이션이 가능한 은퇴자도시 형성(50~60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 후보들의 ‘특별자치도 공약’을 비난한 김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 간 ‘반도체공장 유치공약 경쟁’ 반박에 ‘윤석열 대통령과 소원한 후보’라는 점만 부각됐다. ‘한국은행 유치’의 현실성 지적에도 “최문순 지사의 공약이었다”고 항변했다가 “잃어버린 12년이라면서 왜 의심 없이 수용했느냐”는 비판을 자초하는 등 지난 토론에 이어 ‘팩트 왜곡’과 ‘모순’을 일삼았다.

◇ 이광재 “강원특별자치도 내가 역할” 김진태, ‘역할 無’ 인정

강원특별자치도법안 행안위 통과와 관련해서 이 후보는 “제가 5월 중 법안 통과에 확실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김 후보는 ‘5월 중에 되겠느냐, 법안 껍데기밖에 없다’고 했고, 윤석열정부 인수위도 2025년부터 한다고 하는데, 김 후보는 뭘 하셨느냐”고 묻자 김 후보는 “이제부터 하겠다”며 지금까지 역할이 없었음을 점을 인정했다.

이어 이 후보가 “윤석열정부가 했다는데, 허영·이양수 의원 법안에 어떤 플러스가 있었느냐”고 묻자 김 후보는 “플러스가 돼야 하느냐”며 동떨어진 답변을 한 뒤 “문재인정부가 반대했다”고 우겼다. 이 후보는 웃으며 “김 후보가 ‘친박’으로 열심히 활동할 때 박근혜정부도 못했다”며 “타 지자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5월 통과를 서류로 약속 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 도지사할 때 경로당에 갔는데, 어르신들이 밴드를 붙이고 계셨다. 눈이 침침해서 손톱깎이로 손톱 밑을 파서 그런 걸 보고, 돋보기 달린 손톱깎이를 나눠드렸다. 구체적으로 일하겠다. 22만 소상공인을 살리고, 삼척 정라항은 여수밤바다처럼, 낡은 동해 묵호항은 주문진어시장처럼 만들고, 인제군의 반값농자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

이어 그는 “농사인력을 못 구하고 있는데, 폐교를 숙소로 마련해 안정적으로 농민이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8만복지사들이 고생 많은데, 기관별·군시군별로 다른 지원을 일원화하는 도지사 직할체제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재해보상금을 못 받는 요양원 종사자들, 도지사가 직접 드리겠다”며 “의용소방대, 새마을회, 적십자회 덕에 강원도가 따뜻하다”고 밝혔다.

◇ 이광재 “‘尹핵심’ 김은혜와 반도체 경쟁?” 우회 지적

‘경춘선 지하화’ 관련 질문에 이 후보는 “남춘천-춘천역 지하화로 3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1만4000평의 부지가 확보될 수 있다”며 “강원도-춘천시가 예산을 부담하되 안산시처럼 운영하면 경제성이 있다”고 말하고, “서울 홍익대 옆 경의선숲길처럼 완전히 새로운 상권을 형성할 수 있다”며 “서울역·용산역·구로역도 지하로 들어가고 성공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삼성반도체 유치’ 공약에 대해 이 후보는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은혜 경기도지사후보가 이천·용인·평택·화성과 경기북부에 반도체공장을 하겠다고 한다”며 의정부시(김동근), 남양주시(주광덕), 안성시(김학용) 사례 등을 제시하고, “국민의힘이 전부 반도체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며 윤 대통령과 소원한 관계를 우회적으로 짚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구체적인 방안 없이 “열심히 하겠다”는 막연한 대답에 이어 “경기도에서 공약했다고 강원도가 공약하면 안 되느냐”며 더듬거렸다. 또 “아까 특별자치도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억지 주장을 부리기도 했다, 앞선 토론에서 경기·전북 등 민주당후보들의 특별자치도 유치 공약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고 비난했다가 결국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된 셈이다.

나아가 이 후보는 “부론산업단지는 18만4000평인데 100만평이 더 필요하다”며 전문가 의견을 들어 “반도체가 미세진동에 예민하기 때문에 산을 깎기보다는 문막이 적지이고, 전력이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별도의 LNG발전소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반도체공장 p3~6라인 건설에 하나당 30조원씩 들어가고 2년씩 앞으로 8년이 걸린다”며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 “이광재, 누가 봐도 영향력 있는 정치인”

이 후보는 ‘도청사 신축’과 관련해 “수부도시 춘천에 강원특별자치도청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춘천은 교육·행정·문화의 도시인데 행정과 교육테마파크가 같이 있는 청사를 만들어야만 미래지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고는 도의 경계를 넘어설 때만 지원이 가능하다”며 “한림대-유봉여고-도청부지를 한꺼번에 구상해서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한국은행 유치 공약’과 관련해서 그는 “지난 토론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했다고 했는데, 김두관 의원이 발의했다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철회한 법”이라고 ‘팩트체크’를 해줬다. 김 후보가 “최문순 도지사의 공약이었다”고 말하자 “잃어버린 12년을 강조하면서 왜 이렇게 중요한 한국은행 문제에 대해서는 의심 없이 수용했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 후보가 이 후보의 ‘여주-원주 복선철도’ 성과를 폄훼하자, 그는 “2010년 도지사 때 공약이었고, 단선·복선 문제로 10년간 끌고 있었는데, 국회의원으로 복귀해 예산을 따서 확정지은 것”이라며 “내년 6월 착공도 1월로 당기고, 올해 6월까지 사업자를 확정하도록 예산을 확보한 게 틀림없다”고 반박한 뒤 “현 정부가 이번 추경예산을 깎았다”며 “검색해보라”고 일갈했다.

김 후보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재임기간이 8개월로 제주특별자치도는 균형발전분권위원회가 했다”고 비난하자 이 후보는 “제가 국정상황실장이었고, 국회의원을 할 때 누가 보더라도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이 아니었느냐”고 반문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의논하며 대한민국을 싱가포르나 네덜란드처럼 규제가 없는 나라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쐐기를 박았다.

‘양질의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첨단 산업형, 관광서비스형, 미래복지형 일자리가 있다”며 “강한 도내기업과 대기업 유치, 지역 대학과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올해 여름휴가 때 대대적인 강원도 세일을 통해서 소상공인 사업이 잘 되도록 하겠다”며 문화공연, 국제학교, 아름다운 바다, 영국의 정원사업을 벤치마킹한 ‘어르신일자리’ 등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 후보는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고, 여당·야당을 넘어 강원도당을 만들자”며 “왼발·오른발을 다 잘 쓰는 손흥민 선수처럼 여·야 협치, 중앙·지방, 국내·국외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하겠다”고 다짐하고, 강원도 여야 국회의원들을 호명한 뒤 “공직자들과 함께 하겠다”며 “새마을지도회, 자율방범대 등 민관이 합치되는 따뜻한 강원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