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

[서태호 기자] “수년 전 저희 가정은 동생네 부부와 큰 다툼 이후 왕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 저, 동생에게 재산이 상속되었습니다. 문제는 어머니께 돌아간 상속재산이 더 많다며 동생네 부부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겁니다. 정말로 어머니께 더 많은 상속재산이 돌아간다고 해서 동생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부모님께서 한날한시에 함께 돌아가신다면 법률상 자녀들이 부모님의 재산을 공평하게 상속받게 된다. 하지만 부모님 중 한 분만 먼저 돌아가신 경우 남은 부모와 자녀에게 돌아갈 상속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7일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은 아들이 여러 명 인데도 한명에게만 모든 재산이 돌아갔을 때나 불균등 상속(똑같이 나누어지지 않은 상속)이 있을 때 제기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불균등 상속에서 유류분 권리자들이 착각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부모님 중 한 분만 돌아가신 상황인데 이 경우 남은 부모님이 자녀들보다 법률상 더 많은 상속지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해당 사유로는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유류분소송센터의 ‘2022 유류분소송통계’에 따르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자녀가 2명인 가정에서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신 경우 상속지분은 어떻게 될까. 법정 상속지분은 어머니 1.5 : 첫째 자녀 1 : 둘째 자녀 1씩이다.

엄 변호사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돌아가신 상황에서는 두 자녀에게 상속금액이 반반씩 돌아가겠지만, 어머니가 살아계신 상황에서는 자녀보다 1.5배 많은 상속지분을 갖게 된다”며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생존해 계실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법정 상속지분의 영향으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 에서도 어머니의 유류분 지분이 더 높다. 아버지가 첫째 자녀에게만 모든 재산을 물려준 후 돌아가셨을 때 첫째 자녀를 상대로 어머니와 둘째 자녀가 유류분청구소송을 제기했을 경우다.

엄 변호사는 “유류분은 1순위 상속인이 받아야 할 법정 상속지분의 절반”이라며 “어머니의 법정 상속지분은 자녀들보다 1.5배 많기 때문에 유류분을 계산할 때도 1.5배 많은 상속금의 절반으로 계산되어 둘째 자녀보다 많은 유류분을 받게 된다”고 조언했다.

즉 어머니와 둘째 자녀는 유류분 권리자라는 사실은 같지만, 유류분은 원래 받아야 할 법정 상속금액의 절반이므로 어머니가 둘째 자녀보다 법정 상속금액이 높아 유류분 금액도 많다는 뜻.

반면 부모보다 더 많은 법정 상속지분을 가져가는 상속인도 존재한다. 아들이 혼인은 했지만, 자녀는 없고 부모보다 먼저 사망했을 경우다.

엄 변호사는 “자녀가 혼인은 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상태에서 부모보다 먼저 사망한다면 자녀의 배우자(며느리 혹은 사위)와 부모는 공동상속인이 된다”며 “이 경우 자녀의 배우자가 부모보다 1.5배 많은 상속지분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셨을 때 자녀와 남은 부모님이 가져가는 비율의 반대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자녀의 배우자가 상속지분이 더 많기 때문에 법정 상속금액을 잘 따져보지 않으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유류분 역시 법정 상속금액이 높은 자녀의 배우자가 부모보다 더 많은 유류분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서태호 기자 thseo113@hanmail.net 안성/조항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